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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적토마' 이병규가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말을 타고 나와 그라운드를 질주할 수 있을까.
그동안 구단과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별은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했다. 스타 선수들은 자신의 야구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옷을 벗기 직전까지도 후배들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선수 생활 연장에 미련을 갖게 된다. 구단은 적절한 시기에 선수가 은퇴하기를 바라는데,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빚고 선수가 다른 팀으로 떠나거나 떠밀리는 듯 은퇴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이병규와 홍성흔도 이런 모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둘 모두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를 구단에 표명했다. 그러나 이전과 달랐던 건, 구단 제시안에 일찌감치 수긍하고 모양새 좋게 은퇴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두 선수는 떠나면서 팀에 대한 충성심,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많은 팬들이 둘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최근 KBO리그에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LG는 지난 10월 8일 열린 정규시즌 최종전 시구-시타자로 이상훈, 노찬엽 코치를 내세웠다. 보통, 현직 코치들은 대외적인 자리에 나서기를 싫어한다. 돋보이면 안되는 위치라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더군다나 두 지도자 모두 1군 코치도 아니었다. 하지만 구단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그라운드에 오랜만에 선 두 레전드를 본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전성기 때 삼진을 잡고 펼치는 포효 세리머니를 재현한 이 코치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팬도 있었다.
선수 뿐 아니다. SK는 감독 이-취임식을 함께 개최한다. 이만수-김용희 감독, 김용희-트레이 힐만 감독 교체 과정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전임 감독이 단상에 올라섰다. 문자나 전화로 해고 통보를 하는 시대에 뜻깊고 훈훈한 모습이었다. 이만수 감독도, 김용희 감독도 좋은 마음으로 구단을 떠나게 됐다. 이렇게 되면 언제든지 구단 초청에 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LG 박용택과 류제국은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만약 LG가 우승을 하면 이병규 선배가 외야에서 말을 타고 달려나올 것"이라고 했다. 수년 전부터 선수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생각했던 세리머니라고 했다. 이병규는 이제 선수로 은퇴했지만, 이 공약까지 잊혀져야할 이유는 없다. 이병규가 다른 팀에서 지도자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말을 타고 잠실벌을 달리면 팬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
은퇴식도 조금만 아이디어를 내면 의미있게 치를 수 있다. LG와 두산은 매년 어린이날 매치를 잠실구장에서 한다. 무조건 관중이 꽉 들어차는, 1년 중 최고의 경기다. 이 때 이병규와 홍성흔의 합동 은퇴식이 열린다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