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난항 양현종, KIA 떠날 수도 있다?

기사입력 2016-12-18 13:56


KIA 양현종.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0.11

양현종의 역투 모습.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가 아닌 KBO리그의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양현종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을까. 김기태 감독이나 타이거즈팬들에게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그런데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 될 때가 있다. 해외진출 뜻을 접고 국내 잔류를 결정한 양현종과 타이거즈 구단이 계약 조건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단에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인데, 양측의 간극이 워낙 커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협상을 통한 조율에 실패하면, 양현종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양현종과 KIA 구단 모두 부담이 큰 최악의 상황이다. 이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양현종은 해외진출이 아니라면, KIA에 남겠다는 약속을 어기게 된다. 파국에 따른 부담은 KIA가 더하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외부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면서,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에이스를 잡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다. 내년 시즌 대약진을 벼르고 있는 타이거즈에 양현종은 꼭 필요한 핵심 투수자원이다.

해외진출을 둘러싼 상황 변화가 갈등을 불러왔다.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007년 타이거즈에 입단해 10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일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행을 추진하면서도, 국내 잔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행을 노렸던 2년 전 겨울만큼 해외진출 의지가 확고한 것은 아니었다. 더 큰 무대, 도전에 마음이 가 있었지만, 현실적인 면도 생각했다. 구단이 프랜차이즈 에이스에 합당한 대우을 준비해준다면, 잔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타이거즈 구단은 양현종이 해외로 나갈 것으로 판단했다. 구단 관계자는 FA 신청 시기를 전후해 잔류를 권유했는데, 양현종이 해외진출 뜻을 밝히며 결정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시기에 계약 조건에 따른 금액, 명시적인 액수가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계약 수준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것이다. 양쪽은 자신들이 보고싶은 것만 바라봤다. 양현종측은 구단이 소극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구단은 양현종이 해외진출 의지가 강하다고 판단했다. 분명한 것은, 이 시기에 구단이 조금 더 적극성을 보였다면, 지금처럼 일이 번거롭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양쪽이 원하는 합당한 대우, 합리적인 금액 차가 문제였다.


KIA 양현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내부 FA 나지완과 4년-40억원에 계약한 KIA 구단은 외부 FA 최형우을 4년-100억원에 영입했다. 양현종이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뤄진 일이다. 하지만 양현종은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가 제시한 '2년-6억~7억엔' 조건을 마다하고, 국내 잔류를 결정했다. 국내 잔류가 곧 KIA 잔류를 의미할만큼 양현종의 고향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묘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양현종 잔류 선언이 KIA 구단을 고민에 빠뜨렸다. 이미 나지완 재계약, 최형우 영입에 200억원(인센티브, 보상선수, 보상금 포함) 가까운 돈을 쏟아부은 KIA다. 양현종측은 최소한 최형우급 대우를 요구하는데, 여력이 없는 구단은 합리적인 금액을 얘기하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쪽이 크게 양보하지 않는 한, 합의가 불가능한 분위기다.

당연해보였던 KIA 잔류에 이상이 감지되면서, 다른 구단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10승 이상이 보장되는 에이스 양현종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무리 구단에 남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해도, 결국 프로는 구단의 의지가 투영된 대우, 돈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양현종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KIA 잔류를 선언했던 양현종은 과연 다른 카드를 집어들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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