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꾸라고?' 야구 대표팀 세대교체의 이상과 현실

최종수정 2016-12-20 09:02

김인식 감독. 스포츠조선DB

확 바꾸라고?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야구 국가대표팀 세대교체의 이상과 현실은 얼마나 다를까.

내년 3월에 열리는 제4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앞두고 꾸려진 야구 대표팀. 지난해 WBSC '프리미어 12' 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이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았다. 국제 대회에서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안고 내린 결정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끌었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야구대표팀은 국제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대회를 3개월 앞둔 김인식 감독은 선수가 없어 고민이다. 대표팀을 꾸릴 때마다 1명의 이탈자도 없이 완벽하게 엔트리를 채울 수는 없지만, 이번 만큼은 엄살이 아니다.

선수들의 부상이 먼저 발목을 잡았다. 두산 베어스의 우완 투수 이용찬이 시즌 종료 후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기로 하면서 대표팀에서 빠졌다. KBO 기술위원회는 사이드암 투수인 삼성 라이온즈 심창민을 대체 선수로 발탁했다.

이번 달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한 SK 와이번스의 좌완 투수 김광현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게 됐다. 아직 김광현 대체 선수는 확정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투수가 부족한데, 왼손과 오른손에서 기둥 역할을 해주길 바랐던 핵심 투수 2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대표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해외파 선수들도 참석 여부가 미확정이다. 이순철 대표팀 코치가 시즌 말미에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거들을 만나 설득하는 등 대표팀 합류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 그러나 구단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번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해외파 선수는 전 지바 롯데 마린스 이대은을 비롯해 이대호(전 시애틀), 강정호(피츠버그), 김현수(볼티모어), 추신수(텍사스)까지 총 5명이다. 손등 수술을 받은 박병호(미네소타)는 빠졌다.

해외파 선수들은 대표팀 출전에 의지를 보였지만, 생각과는 다른 상황이다. 추신수의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는 WBC 조직위원회에 불참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추신수는 시즌 종료 후 가진 귀국 인터뷰에서 "올 시즌 부상이 많아 구단이 염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몸이 아프지 않고 잘 준비해서 대표팀에 나가고 싶다는 의견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추신수의 참가를 어렵게 보고 있다. 김현수도 불투명하다.


강정호는 최근 음주 사고를 일으켰다. 아직 대표팀에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사회 정서상 대표팀 참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정 도박 징계로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발탁하지 못한 가운데, 믿었던 해외파 선수들까지 함께 하지 못한다면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세대교체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대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려보자는 의견이다. 정근우(한화) 이용규(한화) 강민호(롯데) 등 10년 가까이 대표팀 '단골'이었던 선수들이 지나치게 혹사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대표팀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부 젊은 선수들의 불만도 있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사실이 있다. 국제 대회에서 성과가 없을 때 돌아오는 것은 비난뿐이다. 국민들이 대표팀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치를 가지고 있고, 야구 인기 확대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성적을 내야 한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무작정 모험보다는 어느 정도 보장된 안정이 필요하다.

또 기존 대표팀 멤버들의 의욕도 크다. '프리미어 12'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하나같이 "부담 없이 즐겨서 우승이라는 좋은 성과가 나왔다. 우리 대표팀 분위기가 워낙 좋아 힘들어도 해볼 만 하다"고 입을 모았다. 간판급 타자들인 1982년생 동갑내기 이대호 정근우 김태균(한화) 추신수는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뛸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답이다. 변화를 줘야 한다는 조급함에 섣불리 시도했다가는 균형 잡기 힘들다. KBO는 대표팀 전임 감독제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이다. 체계를 갖춰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변화에 한계가 있다. 일본처럼 전임 감독을 두고 장기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과 상당히 다른 환경이다.

결국, 모든 부담은 김인식 감독과 대표팀이 짊어진다. 세대 교체라는 중책까지 안게 됐다. 이번 WBC 대표팀이 미래를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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