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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신인오리엔테이션이 13일 대전에서 열렸다. 선배와의 만남 시간 주인공은 이승엽(41·삼성)이었다. 최근 몇년간 신인선수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선배 1위가 이승엽이었다. KBO 사무국에서 삼고초려로 모신 강사다. 이승엽은 이날 160여명의 신인 선수들앞에서 자신의 야구생활, 야구선수로서의 마음가짐 등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이승엽은 "난 어릴 때는 그냥 야구가 좋았다. 운좋게 프로선수가 됐고, 첫 목표는 주전, 그다음 목표는 삼성라이온즈에서 야구잘하는 선수, 그 다음은 프로야구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나는 욕심이 많은 편이었다. 계속 목표를 상향시켜 나갔다. 운좋게 생각보다 많은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살다보면, 야구하다보면 힘든 일이 많다. 야구 잘 하려면 인간관계도 중요하다. 더 열심히 노력해 프로야구를 이끌어가는 선수들이 되길 바란다. 모든 행동에 한번만 더 생각하고 행동해주길 바란다.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명심해 주면 좋겠다. 최고의 모습으로 야구장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일문일답>
-소감이 어떤가.
▶사실 강연 준비를 하나도 안했다. 예상못한 질문이 갑자기 나와 당황하기도했다. 타격 루틴이나 구자욱의 약점 등은 전혀 예상 못했다. 진땀이 흐르더라. 질문이 아예 없을줄 알았는데 요즘 선수들은 우리때랑은 좀 다른 것 같다(웃음). 좋은 경험이었다. 의미도 있었다. 우리 때는 이런 것이 전혀 없었다. 선배드과 교감나눌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대구에서 2시간 운전해서 올라왔는데 헛걸음이 안니었다. KBO에 감사인사 전한다.
-못다한 이야기는.
▶시간만 더 허락된다면 야구관이나 타격이론도 더 많이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같다. 삼성 라이온즈 후배들이 아니더라도 다 이야기 해줄수 있다. 야구는 다 똑같다. 후배들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내가 20살 삼성에 입단했을때 이만수 감독님이 38살이었는데 20살 친구들보다 나는 22살이나 많다.
-신인 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나
▶그렇지 않다. 내목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뤘다. 타이틀을 딴다는 것조차 생각못했다. 나는 발이 느렸다. 삼성 1루수가 목표였다. 그 목표는 이미 20년 전에 달성했다. 목표를 계속 상황 조정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올시즌이 끝나면 은퇴다.
▶은퇴는 약속이다. 약속은 굉장히 중요하다. 삼성에서 일본으로 갈때, 미국 아니면 한국에 남는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켰다. 늘 그것이 마음에 남았다. 이번만큼은 약속을 지키고 싶다.
-야구철학을 좀더 후배들에게 전해준다면
▶프로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프로는 하는 행동, 말, 플레이에 책임이 뒤따른다. 누가 도와줄 수 없다. 팀은 있지만 본인의 행동은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한번만 더 생각해야 한다. 프로는 아마추어랑 다르다. 아마추어는 실수해도 다음이 있지만 프로는 바로 2군이다. 냉정하다.
-승부조작 등 지난해 프로야구에 사건 사고가 많았다
▶나도 고스톱칠줄 안다. 하지만 프로는 프로다. 하면 안되는 것, 넘지 말아야할 선은 지켜야 한다. 자제력을 가져야 한다. 자제력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선배들의 안 좋은 모습도 한번만 더 생각해고 행동해야 한다. 이런 교육이 좀더 자주 있어 승부조작 등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심각한지 더 주지시켜야 한다. 나에겐느 단 한번도 승부조작 제의가 없었다. 우리 선수들이 야구에 좀더 몰입해야 한다. 우리 직업은 야구선수, 프로선수다.
-'22년전 이승엽'에게 조언한다면
▶강하게 냉정하게 최고가 될때까지는 야구만 하라고 할 것 같다. 때려서라도 야구만 하라고 할 것 같다. 야구만 잘하면 행복할 일이 더 많아진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