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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 인근 고친다구장. 홀로 떨어져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내야수 정근우다. 지난 시즌 막판 왼무릎 통증을 안고도 주장으로 팀을 위해 출전을 강행했던 정근우다. 시즌을 마친 뒤 11월 일본 고베에서 왼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WBC에 출전하는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부름에 정근우는 두말 않고 재활에 박차를 가했다. 마음이 앞섰을까. 지난달말 스프링캠프 직전 개인훈련에 열을 올리다 왼무릎을 다시 다쳤다.
올시즌은 정근우에게 분수령이 된다. 시즌이 끝나면 생애 두번째 FA가 된다. 2014년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거액 몸값(4년간 70억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는 팀 주장으로 존재감도 드러냈다. 한화도 올해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정근우는 "가을야구 실패는 9년도 길다. 두 자릿수 시즌만은 막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왼무릎 부상으로 WBC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WBC대표팀 동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국가대표는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이다. 특히 한국에서 홈팬들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나라를 대표해 뛰어본 경험이 없다. 그 어느때보다 기대했는데 나가지 못하게 돼 크게 아쉽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뛰어 좋은 결과를 내줬으면 좋겠다. 나도 함께 응원하겠다.
▶지난해는 내 능력이 부족해 팀 성적에 보탬이 못됐다. 후배에게 좋은 그림으로 주장자리를 넘겨주지 못한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도 (이)용규가 활발하고 꼼꼼한 성격이라서 잘 할 것으로 믿는다. 용규를 필두로 팀이 하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이 돕겠다.
-한화가 올해마저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면 10년 연속 좌절이다. 팬들에게 각오 한마디.
▶(심호흡과 함께) 10년은 너무 길다. 절대 두 자릿수 해를 채워선 안 된다. 열심히 했는데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한 점은 정말 아쉽지만 프로선수로서 변명이나 핑계는 대지 않겠다. 올해 캠프 분위기도 아주 좋고, 선수들도 의욕이 강하다. 뭔가 올해는 가을야구 이상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이용규 주장을 중심으로 더욱더 힘을 내겠다.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
-지난해 개인통산 최다홈런(18)을 때려냈는데 올해 목표치는,
▶홈런 욕심을 내지 않는다.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팀에 필요한 배팅을 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그냥 나온 결과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로 홈런에 대한 욕심보다 팀에 필요한 배팅을 하겠다. 굳이 홈런 비결을 꼽으라면 많은 타석에 나갈 기회가 있었다는 점과 어릴 때 힘으로만 치던 것을 지금은 원심력을 이용해 타격을 하게 됐다는 점 정도다.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배팅을 할 것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