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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홈런이 됐을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던 KIA 타이거즈 최형우. 한동안 웃음을 잃었던 최형우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첫 경기,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트리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홈런으로 광주팬들에게 첫 인사를 한 셈이다. 최형우는 지난 겨울 KIA 타이거즈와 4년간 총액 100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삼성 라이온즈를 뒤로하고 KIA맨이 됐다.
기분좋은 첫 타석, 초구 홈런이다. 최형우는 "운좋게 첫 공부터 좋은 타구가 나와 기분이 좋았다. 특히 상대투수가 니퍼트라서 좋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처음으로 대표로 뽑힌 2017년 WBC다. 그런데, 대회를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 4번 타자로 나서 안타를 치지 못하자 여러가지 얘기가 나왔다. 경기 출전 여부를 두고 팬들의 의견이 갈렸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고심끝에 그를 첫 경기, 이스라엘전(6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수비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민병헌에게 선발 좌익수를 맡겼다. 하지만 대표팀이 이스라엘전에서 빈타에 허덕이며 패하자 팬들은 최형우를 기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음날 열린 네덜란드전 9회말 2사후 대타로 나선 최형우는 대만전(9일)에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는 "안타를 못쳤으니 내 잘못이긴 하다"면서도 "대표팀에서 그리 나쁘진 않았다. 평가전서 안타를 못쳤지만 엄청 슬럼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기대가 워낙 컸기에 아쉬움이 남는 WBC다.
WBC 대표팀에선 연습량이 적어 KIA로 돌아와 연습량을 늘렸다. 꾸준히 훈련하면서 준비했고,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특타까지 했다. 타격감을 되살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최형우는 "시즌 중 최상일 때를 100으로 본다면, 지금은 60∼70 정도 인것 같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열심히 훈련해 시즌 개막에 맞추겠다"고 했다.
최형우는 "경기 전 덕아웃에서 선수들, 코치님들과 재미있게 준비를 해서인지 낯설지 않다. 원래 시즌 치르는 것처럼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KIA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에 나섰는데도, 이미 팀 분위기에 완전히 적응한 듯 했다.
최형우는 "나뿐만 아니라 (김)선빈이와 (안)치홍이가 와서 짜임새가 생겼다. 쉬어가는 타순도 없고 위압감을 가질 라인업을 잘 갖춘 것 같다"면서 "매년 해왔던 기록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 팀도 더 위로 올라가서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부터 즐겁게 훈련을 했던 최형우는 WBC 대표팀에서 웃지 못했다. 이제 시범경기에 와서 다시 편안한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