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12월 11일. KIA 타이거즈가 보상선수 지명을 마쳐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우완 투수 송은범이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면서, KIA는 한화로부터 20인 보호 명단을 건네받았다.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중에 어떤 선수를 지명해야 할지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해 고민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KIA가 발표한 지명 선수는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이었다.
1군 첫 시즌인 만큼 부침도 있었다. 임기영은 1~2군을 오르내리며 26경기에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1~2이닝 정도를 던지는 불펜 요원으로 아주 인상적인 활약은 아니었어도, 가능성은 충분히 봤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4시즌 오히려 성적이 더 좋지 않았고, 1군 14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시즌이 끝나고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로 했고, 상무에 입대했다.
2014년 겨울 한화는 FA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외부 영입을 한 구단이었다. 송은범 외에도 권 혁과 배영수를 데리고 왔다. 대신 유망주 출혈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보호 명단을 건네받은 KIA는 임기영을 택했다. 1군에 곧바로 기용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 선수들도 여러명 있었지만, 군 복무하는 2년의 기다림을 감안하고서라도 임기영을 지명했다.
당시 KIA 구단은 "임기영이 군대를 간다고 해도 지명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팀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보호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중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임기영을 택했다"고 설명했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봤을 때 그 결정은 옳았다. 임기영은 상무에 있을 때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드러냈다. KIA도 임기영이 상무에서 얼마나 발전하는지 꾸준히 체크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대 후 첫 시즌인 올해 개막 엔트리에 전격 합류하며 경쟁자들을 제치고 선발 한자리를 꿰찼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임기영은 KIA의 든든한 4선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지난 12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첫 승을 따내더니, 18일 kt 위즈전에서 9이닝 완봉승을 거뒀다. 선발로 등판한 3경기에서 20이닝 동안 4실점(2자책)에 불과하다. 구위, 제구, 베짱 모두 빠지지 않는다. 헥터 노에시-팻 딘-양현종이 완벽한 투구 릴레이를 펼치는 가운데, 임기영의 혜성같은 등장은 KIA의 선두 질주 원동력이 되고 있다. 2년전 KIA의 결단이 비로소 빛을 보는 순간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