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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조윤준의 열정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7-04 17:59



"많은 지도자들이 칭찬을 하더라."

LG 트윈스 포수 조윤준의 성공 시대가 열리는 걸까.

LG 양상문 감독은 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조윤준 얘기가 나오자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조윤준은 부진했던 유강남을 대신해 지난 5월30일 1군에 콜업됐었다. 그리고 34일을 버텼다. LG는 주전 포수 정상호가 2주의 휴식을 마치고 올라와야 했기에, 엔트리 정리를 해야했는데 최근 안정적인 흐름을 타고 있는 유강남 대신 조윤준이 2군에 내려가게 됐다.

보통 2군에 내려보낸 선수 얘기를 하면 감독들은 마음이 아프다. 야구를 못하거나 아플 때 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하지만 조윤준 얘기는 달랐다. 양 감독은 "조윤준이 자신감을 확실히 얻어 2군에 내려갔다"고 말하며 "팀에도, 선수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다. 만약, 포수진에 문제가 생기면 고민없이 조윤준을 콜업할 수 있다. 선수도 언제든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조윤준이 못해서가 아니라,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내려가게 된 것이 크다는 뜻이다.

조윤준은 17경기 타율은 2할1푼2리에 그쳤지만, 수비에서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업그레이드 된 리드와 수비 뿐 아니라, 투수에게 던질 때의 독특한 습관 때문에 화제가 됐다. 조윤준은 투수 공을 받고 다시 던져줄 때마다 땅에 무릎을 박으며 공을 던졌다. 경기 후 매일같이 무릎에 아이싱을 하고 상처 치료를 해야했고, 보기에도 우스꽝스러웠지만 조윤준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루틴을 지켰다.

조윤준이 이렇게 공을 던지게 된 건 '입스'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2루 송구 등은 전혀 문제가 없는데 투수에게 공을 똑바로 던지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 송구 실책이 트라우마가 돼버렸다. 포수가 투수에게 공을 던지지 못하면 경기가 진행될 수 없다. 그래서 조윤준은 생존을 위한 대책을 강구했고, 그 마지막 결과물이 바로 '무릎팍 송구'였다. 아프고, 부끄럽고를 떠나 일단 공이 똑바로 가니 됐다.


양 감독은 조윤준의 송구에 대해 말을 아꼈었다. 괜히 그 얘기가 나와 기사화되고 하면, 조윤준이 그걸 보고 또 부담을 갖을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양 감독 뿐 아니라 타 팀 감독과 코치들도 마찬가지. 양 감독은 "다들 윤준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했는데, 그렇게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윤준은 씩씩하게 자신의 상처를 잘 치유했고, 양 감독은 이제 조윤준이 그 트라우마를 완벽하게 이겨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조윤준의 2군행을 조금 더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선수가 문제가 있어 2군에 내려간다고 하면, 다시 상처를 받을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는 믿음을 서로 간에 확인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동안 큰 실수 없이 정말 잘해줬다. 이제는 이렇게 윤준이를 칭찬해줘도 될 것 같다. 타 팀 코칭스태프도 이런 윤준이를 보며 정말 칭찬을 많이 하고 대견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더욱 칭찬하는 건 경기력이 아닌 자세. 사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 선발된 조윤준은 그동안 '노력파' 이미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구장에 있을 때 눈빛부터 다르다고 한다.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플레이에 묻어나오니 제자가 예쁘지 않을 수 없다. 양 감독은 "앞으로 더욱 더 큰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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