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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남자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 조동현 감독은 22일 열린 전주 KCC 이지스전 종료 후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었다. 19점을 앞서다 4점차 역전패. 홈 개막 2연패에 시즌 개막 3연패였다. 3경기 연속 4쿼터 역전패에 조 감독은 경기 후 할 말을 잃었다.
신인 선수들이 들어온다고 당장 30~40득점씩 하고 농구 판도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고 3연패로 위축돼있는 kt에는 엄청난 활력소다. 당장 허 훈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이재도의 체력 안배 카드가 될 수 있고, 결정적 순간 돌파 후 어시스트를 해줄 능력도 갖고 있다. 다른 걸 떠나 '농구대통령' 허 재 대표팀 감독의 차남이다. 이 것만으로도 스타 자질을 갖췄다. 먼저 프로에 데뷔한 형 허 웅(현 상무)은 지난 시즌 올스타 팬투표 1위를 차지했다. 플레이 스타일은 동생 허 훈이 형보다 훨씬 화려해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
중앙대 생활을 1년 만에 끝내고 프로 진출을 선언한 양홍석도 아직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고 있지만, 잠재력으로만 놓고 보면 현재 전주 KCC 이지스에서 뛰고 있는 송교창보다 더 기대가 된다는 얘기들이 많다. 1m95의 장신인데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고 달릴 줄도 안다. 아마추어 시절 득점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 잠재력을 보고 대표팀 허 재 감독이 올해 열렸던 아시아컵 대표로 선발하기도 했었다.
두 선수가 잘만 성장해준다면 kt 농구는 향후 오랜 기간 가드-포워드 포지션 걱정이 사라진다. 그동인 신인드래프트 지명 순위에서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던 kt이기에 이번 경사가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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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내년 시즌 고졸 신인 강백호에게 많은 기회를 줄 예정이다. 중심타자이자 외야수로 키울 계산을 하고 있다. 강백호가 외야 한 자리를 맡으며 중심타선에서 활약을 해준다는 보장만 있으면, kt는 약점인 거포 1루수를 외국인 타자로 데려올 수 있다. 기존 윤석민, 유한준, 박경수 등 타자들을 고려하면 타선은 선배팀들 부럽지 않다.
kt 스포츠는 최근 수년 간 암흑기였다. 야심차게 창단한 야구단은 바닥에만 있었고, 농구단도 최근 수년 간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프랜차이즈 스타 조성민을 창원 LG 세이커스에 트레이드하며 팬심을 더욱 잃었다. 심지어는 e-스포츠에서도 통신 라이벌 SK에 밀렸다. '사격 영웅' 진종오가 외롭게 kt 스포츠를 떠받치고 있었다.
하지만 주종목 야구와 농구에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kt 스포츠에도 봄날이 찾아올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