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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29)은 공언했던대로 KIA 타이거즈에 남았다. 28일 연봉 23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앞으로 3년 양현종은 KIA맨이다. 계약 직후 양현종은 자신의 에이전트사 관계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협상에 임했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본인이 만족하며 사인했다.
KIA와 양현종측은 막판까지 옵션 금액과 옵션 내용을 놓고 고민했다. 이 역시 결단은 양현종이 내렸다. 양현종은 올해 100%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보였던 A난이도 옵션을 모두 충족시켰다. 내년 옵션조건과 내용에 대해선 세부사항이 밝혀져지 않았지만 올해보다는 약간 수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양현종다운 실력 발휘가 아니면 이 역시 온전히 받진 못한다.
옵션은 구단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비용지불 수단이다. 한만큼 돈을 주면 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플러스만은 아니다. 옵셥은 알게 모르게 선수에게 부담이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리를 할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에이스라면 옵션 또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저런 사정이 있었지만 양현종은 이마저도 쿨하게 떠 안았다.
한국시리즈 직후 양현종이 에이전트사 관계자에게 보낸 모바일 메시지를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다. 우승을 한 뒤 여러 차례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했는데 매번 같은 옷이어서 무척 난감했던 양현종이다. 양현종은 중저가 브랜드 상의(2~3만원)를 콕집어 구입을 부탁하면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더 비싼 옷 절대 사지 마시라', '영수증 꼭 전해달라, 돈 드리겠다'였다.
프로야구 선수 뿐만 아니라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 선수들은 받는데 익숙하다. 모든 필요 물품들은 구단에서 다 나온다. 의식주를 총망라한다. 요즘은 꽤 비싼 선물을 전달하는 팬들도 많다. KIA 구단 관계자는 "오랜 시간 지켜봤지만 좋은 사람,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