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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조계현 단장, '이적생' 이영욱 부활을 바라는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2-20 11:14 | 최종수정 2018-02-20 11:14


◇지난해 11월말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된 이영욱이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옛 추억이 떠오르네. 그땐 열정이 뜨거웠지."

KIA 타이거즈 조계현 단장은 의외로 많은 팀을 옮겨 다닌 이력이 있다. 워낙 해태 타이거즈 에이스 이미지가 뚜렷한 프로야구 레전드지만, 현역 막바지 무렵에는 삼성 라이온즈(1998~1999)와 두산 베어스(2000~2001)에서 총 4시즌을 보냈다. 은퇴 후 코치가 되어서도 KIA-삼성-두산-LG를 두루 거친 뒤 다시 2015년 김기태 감독과 함께 KIA로 돌아왔다.

여러 팀을 거치며 겪어 온 우여곡절도 많고, 그러면서 쌓아 온 인연 역시 깊다. 또한 '꽃길'만 걸은 게 아니라 음지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이런 풍부한 경험 덕분인지 조 단장은 낯설 법한 프런트 수장 업무에 무난하게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조 단장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감회어린 눈길을 주는 선수가 있다. 물론 단장으로서 팀의 모든 선수들에게 깊은 관심이 있지만, 이 선수를 볼 때면 특히 눈빛이 아련해진다. 추억이 떠오르는 동시에 그 선수가 과거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그 선수는 바로 외야수 이영욱(33)이었다.

이영욱은 지난해 11월29일 한기주와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로 이적했다. 그리고 사흘 뒤 당시 조계현 당시 수석코치는 KIA 단장으로 전격 선임됐다. 때문에 이영욱의 트레이드 과정에 조 단장이 개입한 바는 없다. 그래도 조 단장은 내심 이영욱이 KIA로 오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과거에 각별한 추억이 있기 때문.

때는 2008년. 동국대를 졸업한 이영욱이 2차 6라운드로 삼성에 막 입단했을 시기다. 당시 조 단장은 삼성 코치로 주로 2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둘의 만남은 삼성의 2군 훈련장인 경산 볼파크에서 이뤄졌다. 조 단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경산에서 신인 선수들의 훈련을 맡았을 때였다. 그런데 이영욱이 특히 눈에 띄었다. 힘도 좋고, 스피드까지 있었으니까. 공을 치면 타구의 질이 남달랐다."

일찌감치 이영욱의 자질을 알아본 조 단장은 일부러 시간을 내 배팅 볼을 던져주며 조련에 나섰다. 조 단장은 "그때는 내가 아직 40대라서 힘도 좋고, 열정도 뜨거웠을 때였다. 훈련이 끝나면 다른 몇 명과 따로 불러서 내가 배팅 볼을 던지며 특타를 시키곤 했었다"고 회상했다. 조 단장의 집중 조련 덕분인지 이영욱은 입단 2년차에 삼성의 주전급 외야수로 성장했다. 전성기가 시작된 듯 했다.

하지만 이영욱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1시즌을 마친 뒤 상무에 입대했는데, 제대하고 보니 자리가 없던 것. 배영섭 박해민 등 후배들이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영욱은 긴 슬럼프에 빠진다.


이런 과정을 지켜봐 온 조 단장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가 자기 자리를 잃으면 의기소침해지고, 그럴수록 경기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지금 이영욱이 어떤 상태인지 잘 이해한다. 마치 불 꺼진 전구 같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 단장은 "이번 캠프에서 이영욱이 안 좋은 기억을 떨쳐내고 자신감만 회복해도 성공이다. 그러면 전구에 불이 환하게 켜질 수 있다. 워낙 힘과 스피드가 있는 선수라 자신감을 찾으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단장의 애틋한 시선을 받고 있는 이영욱이 KIA에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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