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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는 '기회의 공간'이다. 기존의 주전급 선수들은 정규시즌을 대비한 몸 만들기에만 주력하면 되지만, 비주전급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에게 확실한 눈 도장을 받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한다. 어쩌면 이를 통해 새로운 시즌에 좀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치러진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감지된다. 지난 18일(한국시각) 애리조나주 피닉스 파파고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진행된 LG와의 연습경기에서 넥센은 박병호 서건창 김하성 초이스 박동원 고종욱 등 주전 대부분을 선발라인업에 내보냈다. 그런데 이날 선발 3루수는 주전인 김민성이 아니라 장영석이었다. 장영석은 7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9회까지 네 타석을 소화했다. 경기 후반에 수비 위치가 1루로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교체는 없었다. 김민성은 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때문에 잠시나마 김민성이 혹시 어디 아픈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김민성의 몸상태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 관계자는 "김민성은 전혀 아프지 않다. 다만 코칭스태프에서 컨디션이 좋은 장영석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이 경기에 계속 내보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장영석은 자체 청백전 때의 위용을 보여주진 못했다. 볼넷 1개만 얻어냈을 뿐, 병살타와 내야 땅볼, 삼진만을 당했다. 코칭스태프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이 한 번의 결과로 모든 테스트가 끝난 것도 아니다. 또 만약 장영석이 이날 LG전에서 홈런과 안타를 펑펑 쳤다고 해서 입지가 확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 역시 한 번의 테스트 결과일 뿐이다. 결국 코칭스태프는 캠프기간 내내 긴 호흡으로 장영석을 지켜볼 것이기 때문. 따라서 장영석 역시 조급해할 것 없이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나가면 된다.
이번 캠프는 장영석의 프로 경력에서 매우 중요하다. 2009년 2차 1지명으로 입단해 어느 덧 프로 10년차를 맞이했다. 그간 투수와 타자를 오가며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2개)을 치며 슬러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때문에 올 시즌에는 1군 무대에서 확실히 입지를 굳여야 할 시기다. 그리고 그런 입지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일단 코칭스태프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과연 장영석은 그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