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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에서 일할 때, 야구인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일 중 하나는 갓 입단한 신인 선수들이 수술대에 오를 때였다. 1,2차 지명 선수를 입단 직후 수술시킨 적이 있다. 다른 구단도 사정은 비슷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상을 갖고 프로에 오는 선수가 너무 많다. 선수라면 누가나 갖고 있는 잔부상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구단이 부상을 알고도 수술을 시켜 쓰겠다는 생각으로 뽑기도 하지만, 모르고 데려오는 사례가 많다. 현 상황에선 구단이 선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데려오기는 어렵다. 신인 드래프트가 끝난 뒤 신체검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선수 선발 후에나 어디가 안 좋은 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부상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게 부상 방지고 예방이다. 고등학교 야구팀 대다수가 투수, 야수 파트 코치 2~3명을 두고 있는데, 기술 지도에 집중해 성적을 내기 위해서다. 단기 성과, 가시적인 성적에 매달리다보니, 선수 몸 상태를 살펴보지 못한다.
이쯤에서 한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전문적으로 공부한 트레이닝 코치를 고교야구부에 반드시 두게 하는 것이다. 선수 몸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체력 훈련을 책임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해야 한다.
요즘 선수들은 체격은 커졌으나 체력, 근력이 안 돼 있는 몸으로 운동을 많이 하다보니 과부하가 걸린다. 몸이 버텨내기 어려우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체계적인 체력훈련을 해야 운동에 체적화된 몸이 만들어 진다. 그래야 제대로 운동이 가능하다. 기술훈련 기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건강한 몸으로 기본을 쌓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현재 아마선수들은 아프면 병원가기 바쁘다. 병원에 가기 전에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모른다. 몸이 안 좋아도 숨기고 운동을 계속하는 선수가 많다고 한다. 감독, 코치, 선수 모두 몸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흔히 부상은 주로 투수에만 해당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야수도 부상이 많다. 체계적인 체력훈련, 적절한 관리가 뒤받침을 못해주기 때문이다. 비교대상이 되긴 어렵겠지만, 프로구단이 트레이닝 코치, 트레이너를 7~8명씩 쓰는 이유가 있다.
고교팀들은 팀별 상황이 천차만별이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어 트레이닝 전문가를 쓰고 있는 팀도 있다. 상황이 열악해 비용이 부담된다면, 다른 파트 코치를 줄여서라도 트레이닝 코치를 두게 해야 한다. 여유있는 팀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못을 받아야 한다. 선수 개인뿐 아니라, 학교, 프로를 넘어 한국야구 전체를 봐도 필요한 일이다.
현재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고교 창단팀에 3년간 4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문체부를 거쳐 스포츠토토 수익금이 배분된다. 부족한 부분에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겠으나, 지금 아마야구에 가장 중요한 게 트레이닝 전문가다. 프로야구팀의 마케팅 강화, 아마야구 저변 확대가 중요하다고 해도, 더 급한 일이다.
고교팀의 트레이닝 코치 고용이 의무가 되면,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정운찬 KBO 총재는 야구 선수 출신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하는데, 야구선수 출신이 트레이닝을 공부해 학교로 갈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트레이닝을 전공한 대학생이 아마팀에서 교생실습을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만 하다. 아이디어 차원에 그칠 게 아니라 문체부, KBO, 아마야구협회의 공조가 필요하다.
내가 학교에서 운동하던 70~80년대엔 수영은 하지말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안 좋다고 했다. 그런 시대가 있었다. 이제 트레이닝 방법이 발전해 몸 관리만 제대로 하면 오랫동안 부상없이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민경삼·KBO 자문위원·전 SK 와이번스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