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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말잉교? 보자, 거 앉는 자리가 있는데... 아! 즈짝에 있네예!"
덥수룩한 수염의 덩치 큰 외국인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팬들과 어울리며 응원을 펼치는 모습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든 한 번 쯤은 봤을 장면이다. 10년째 한국 생활을 하면서 롯데 홈 경기가 있을 때면 빠짐 없이 경기장을 찾았다. 재직 중인 영산대 양산캠퍼스 수업이 없을 땐 원정 응원에 나선다. 일부 외국인 팬들처럼 '튀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동네 아저씨' 같이 느긋하게 경기를 관전하며 응원을 펼칠 뿐이다. 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한국 야구 특유의 응원 문화를 즐긴다.
마허 교수는 "처음 사직구장에 왔을 때 탁 트인 경기장을 보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을 던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10년 동안 경기장에 오니 두 번(2015년, 2017년)이나 시구할 기회를 얻었다. 내가 좋아하는 팀의 선수가 직접 입고 있던 유니폼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꿈을 이뤘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지난 10일에는 잠실 LG 트윈스전을 관전하고 심야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 다음날 아침 강의를 했다"며 "야구장에 가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지치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 그 안에서 만나는 많은 친구들에게서 힘을 받는다"고 했다.
롯데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현재 19승20패, 5할 승률에 근접했다. KIA 타이거즈와 공동 4위에 오르면서 '가을야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개막 7연패를 당했을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10년차 롯데 팬' 마허 교수도 초반 부진에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야구는 인생과 같다'는 말을 곧잘 하지 않나. 시즌은 길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투자를 했다. 투자의 성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간다면 한국시리즈 진출 꿈도 이뤄질 것이다."
마허 교수는 "부산은 제2의 고향, 롯데와 한국 야구는 나의 가족"이라고 말했다.
"롯데를 통해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수많은 경험을 했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던 내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당신이 만약 처음 부산을 찾는다면 사직구장에 꼭 가보길 권한다. '진짜 부산'을 보게 될 것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