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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채태인이 지난해 소속팀이었던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무시무시한 괴력을 뿜어냈다. 이틀 동안 무려 8타점을 혼자서 쓸어 담으며 2경기 연속 역전승을 이끌었다.
조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 채태인은 이날 3타수 1안타(1홈런) 5타점으로 4번 타자 역할을 200% 해냈다. 6회말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내더니 7회에는 대형 그랜드슬램을 날렸다. 팀이 4-6으로 뒤지던 7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 타석에 나와 넥센 두 번째 투수 오주원을 상대로 극적인 홈런을 터트렸다. 10구까지 간 풀카운트 승부였다.
오주원이 마지막 10구째로 선택한 구종은 패스트볼이었다. 시속 134㎞짜리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향했다. 그러나 채태인은 정확한 스윙으로 이 공을 퍼올렸다. 타구는 구장을 정확히 반으로 가르고 날아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었다. 비거리 130m짜리 대형 만루포였다. 전날 스리런 홈런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승부를 뒤집는 역전포를 날렸다.
이 만루포는 올 시즌 23호이자 통산 823호, 채태인 개인 4호 홈런이었다. 올해 들어 채태인은 벌써 만루 홈런을 2개나 날렸다. 개인 시즌 1호이자 통산 3호는 지난 5월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전에 터졌다. 채태인이 고향 부산에서 그랜드슬램 제조기로 거듭난 셈이다.
팀 승리를 이끈 채태인은 "말 그대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더블 플레이를 피해 외야 플라이라도 날리기 위해서 만루 때는 집중력이 커진다. 그 덕을 본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