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후배들 보기에도 좀 미안했죠."
그 과정을 기억하기에 손아섭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강한 투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손아섭은 대회 초반 부진했다. 부상이 있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도 나왔다. 13타수 무안타였다.
그러나 손아섭은 이런 식으로 고개만 숙이다 아시안게임을 끝낼 인물이 아니다. 그는 계속 고민하고, 스윙 밸런스를 상대의 타이밍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가 중국전에 나왔다. 4회말 1사 1루때 좌중간을 깨끗이 가르는 장타를 날리며 부진을 탈출한 것. 이후 손아섭은 안타 2개를 더 추가해 이날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극적인 반전이라고? 그렇지 않다. 그저 손아섭이 조금 늦게서야 '손아섭다워진' 결과다.
스타트가 더디긴 했지만, 어쨌든 '독종'은 그간 감았던 눈을 활짝 부릅떴다. 대표팀이 안정적인 외야 수비 뿐만 아니라 하위 타선에서도 강력한 화력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손아섭은 "대만이든 일본이든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결승전을 다짐하고 있었다. 상대와 관계없이 승부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각오. 독종이 이래서 무섭다. 누구든 걸리면 죽기 살기로 붙는다. 손아섭의 일본전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