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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2번' 부질 없다? 충분히 이유있는 박병호 타순 테스트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9-03-19 08:28


2019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박병호.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3.15/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019 KBO 리그 시범경기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예정된 가운데 양팀 선수단이 훈련을 펼쳤다. 키움 박병호가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3.12/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깜짝 발표를 했다. 바로 박병호를 2번타자로 기용하며 테스트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박병호는 두 말이 필요없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다. 통산 253홈런을 때려냈고, 2014~2015시즌에는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도전 후 복귀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는 43홈런으로 건재함을 알렸다.

7할이 넘는 장타율을 보여주는 박병호는 당연히 모두가 탐내는 정석적인 4번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박병호를 두고 상위 타순에서 실험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단순한 이유를 찾자면, 출루율이 높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단순히 장타만 많이 치는 유형의 4번타자가 아니라, 출루 기회도 많이 만들어낸다. 지난해 출루율 0.457로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강타자인만큼 상대 배터리의 집요하고도 정밀한 투구에 삼진도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볼넷도 리그 전체 3위 안에 들 정도로 많이 골라내는 선구안을 갖추고 있다. 장타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센스있는 단타 생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상위 타순에서 기용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점점 강타자들을 1,2번에 기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다. '강한 2번'의 최대 성공 사례인 트라웃은 1번타자로 기용했을 때도 결과가 좋았었다.

박병호가 2,3번타자를 맡는다면 무조건 1회부터 타석에 설 수 있고, 경기당 평균 타석수가 늘어나게 된다. 상대 투수는 박병호를 더 많이 만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과도 결과지만, 이런 심리적인 부분까지 작용을 하기 때문에 '2번 박병호'는 더욱 매력적인 카드다.

장정석 감독도 박병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활용 가치에 주목했다. 물론, 리그 최고의 타자인만큼 굳이 타순을 따질 필요는 없다. 장 감독도 "어디에 있든 상관 없이 최고의 타자라 큰 고민은 안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시범경기까지는 박병호를 다양한 타순에 기용하며 테스트를 계속 할 예정이다. 최종 결정은 개막을 앞두고 내린다. 박병호가 2번이나 3번이 아닌, 4번타자로 개막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코칭스태프 논의와 박병호 본인의 의사도 중요하다. 장정석 감독은 "지금은 여러 테스트를 해보는 시점이다. 선수가 어려운 부분도 있을테니 그런 부분도 헤아려야 한다"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병호를 2번타자로 기용하는 밑바탕에는 장기적인 스케치도 포함돼 있다. 현재 키움 주전 선수들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테이블 세터'를 찾으라면 단연 이정후와 서건창이다. 발 빠른 교타자들이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장타력이 있고, 인플레이 타구 생산 비율이 높은 이정후를 향후 3번타자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른 유망주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타순을 붙박이로 고정하는 것보다 충분히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홈런 타자를 상위 타순에 기용하는 것을 두고,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지만 '젊은팀' 키움만이 가지고있는 긍정적인 특색이기도 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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