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야구는 흐름' 공식도 안통한 SK 홈런군단의 극적 부활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4-05 08:00


2019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4일 오후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SK 이재원이 솔로포를 치고 들어오며 축하받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4.04/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위기 뒤의 찬스', '도망가지 못하면 잡힌다'. 괜히 나온 말들이 아니다. 실력은 백지장 차이. 핑퐁처럼 오고가는 흐름을 누가 적절한 시점에 올라타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가공할 '홈런군단' SK.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야구의 공식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4일 인천 SK-롯데전. 초반 흐름을 롯데가 완벽하게 가져왔다. 김광현 vs 레일리의 에이스 대결.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다.

홈에서 불의의 2연패를 당한 SK 선수단은 초반부터 바짝 옥죄고 나섰다. 1회 안타를 치고 2루에 진루한 톱타자 김강민이 3번 정의윤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마운드 위 김광현도 작심한 듯 1회부터 전력투구를 했다. 2번 오윤석에게 던진 패스트볼은 스피드건에 150㎞가 찍혔다.

사생결단의 SK. 손아섭 아수아헤 채태인 등을 모두 빼고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롯데 타선에게 버거운 상대처럼 보였다.

하지만 1-0으로 앞선 2회말 SK 공격에서 묘한 상황이 나왔다. 추가점을 뽑을 수 있었던 찬스가 주루사로 무산됐다. 선두 나주환이 친 타구가 좌중간에 높이 떴다. 타구를 따라가던 중견수 정 훈이 갑자기 멈춰서 양팔을 벌렸다. 안 보인다는 뜻이었다. 좌중간에 툭 떨어지는 2루타. 김성현의 땅볼로 1사 3루가 됐다. 타석에는 노수광. 롯데 선발 레일리의 초구 140㎞ 직구가 살짝 높은 스트라이크존에 형성됐다. 번트자세를 취했던 노수광은 볼인줄 알고 급히 배트를 뺐다. 리드가 깊었던 3루주자 나주환이 화들짝 놀라 귀루했다. 가까스로 세이프. 하지만 롯데 3루수 한동희가 요청한 비디오판독에서 판정이 번복됐다. 태그 아웃. 상대 수비가 헌납한 추가점 기회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2019 KBO 리그 경기가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SK 정의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3.26/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2019 KBO 리그 경기가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예정된 열렸다. 사진은 SK 강승호.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3.28/
수비 실수로 잡았던 추가점 찬스가 주루사로 무산되자 SK를 향했던 흐름이 바뀌었다. 3회초 롯데 선두 타자 신본기가 우전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롯데쪽 벤치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민병헌 오윤석의 연속 안타가 터지면서 1-1 동점. 설상가상 전준우 타석 초구에 바운드 된 공이 살짝 뒤로 흐르는 틈을 타 3루주자 민병헌이 기민한 주루플레이로 홈을 밟았다. 2-1 역전. 마음이 산란해진 김광현은 전준우에게 143㎞ 직구를 던지다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레일리에 끌려가던 SK가 5회 1점을 만회했지만 롯데는 7회 2사 만루에서 김준태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6-2. 승리를 굳히는 쐐기타였다. 과정도 극적이었다. 무사 만루에서 투수가 서진용으로 바뀌었고 바로 아수하헤, 한동희 두 타자가 연속 삼진을 당했다. 추가점이 무산되나 싶은 순간, 김준태의 적시타가 터졌다. 흐름상 완벽한 롯데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홈런군단 SK타선은 야구의 공식을 온 몸으로 거부했다. 7회 1사에 레일리가 내려가자 마자 잠자던 홈런포를 가동했다. 김강민의 안타에 이어 강승호가 서준원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정의윤은 바뀐 투수 진명호의 초구 직구를 당겨 팀의 시즌 첫 백투백 홈런을 기록했다. 5-6 턱밑 추격. 2사 후 이재원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진명호의 슬라이더를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6-6 동점을 만드는 솔로포. 어 하는 순간 우당탕 홈런 3방이 터졌다. SK는 11회 말 강승호의 끝내기 안타로 기어이 역전승을 완성했다.

흐름상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순식간의 동점 상황. SK 가공할 타선이 만들어낸 이변의 순간이었다. 야구의 오랜 속설도 뒤집는 예기치 못한 반전, 이래서 야구가 재미있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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