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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공인구 쓰나미, 타자들의 꿈을 덮치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12-28 08:06


미국 진출을 노리는 김재환은 올시즌 공인구 반발력 감소로 고전한 선수다. 지난 11일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뛰던 모습. 도쿄(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1.1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잘 모르겠어요. 큰 차이 없어요."

1년여 전인 지난 겨울, 프로야구 각 구단 스프링 캠프지. 반발력이 뚝 떨어진 공인구 변화는 취재진의 단골 질문이었다. 선수들의 답은 얼추 비슷했다.

기록이 누적되지 않는 한 정확한 측정은 쉽지 않았다. 느낌만으로 이야기 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일부 연습공 속에는 예전 공과 바뀐 공이 섞여 있었다. 또 하나, 대수롭지 않게 넘긴 말 속에는 "핑계대고 싶지 않다"는 타자의 마음도 담겨 있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공인구 변화. 2019년 프로야구 판도에 쓰나미가 됐다. 그 많던 홈런이 실종됐다. 1년 전 넘어갈 공이 펜스 앞에서 잡히기 시작했다. 단지 비거리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반발력이 줄자 타구 속도 자체가 느려졌다. 내·외야를 가를 만한 잘 맞은 타구들이 야수 글러브 속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타자들이 초조해졌다. 무의식 중에 더 강하게 치려다보니 밸런스가 무너졌다. 멀리 치려 할수록 꼬이는 게 타격이다.

한 시즌이 지났다. 기록이 누적되자 변화는 놀라왔다. '실감'이란 이럴 때 쓰는 표현이었다.

올시즌 홈런수는 1014개. '탱탱볼' 시절이던 지난해 1756개에서 무려 42%인 742개의 홈런이 실종됐다. 타율도 뚝 떨어졌다. 평균 팀 타율은 0.267로 지난해 0.286에서 2푼이나 빠졌다.

2019년은 그야말로 투수의 시대, 수비의 시대였다. 타격이 장점이던 야수들은 전혀 돋보이지 못했다. 커리어 로우도 속출했다.


◇전준우 스포츠조선DB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스토브리그. 변화가 찾아왔다. 자기가 가진 타격 솜씨를 맘껏 뽐내지 못했던 타자들. 꿈마저 빼앗길 판이다. 미국 야구 진출에 대한 꿈, FA 대박을 향한 꿈을 방해하고 있다.

지난해 MVP를 수상했던 두산 베어스 4번 타자 김재환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1년 새 줄어든 홈런수(44→15)가 갑작스러운 포스팅과 함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김재환의 포스팅 협상 마감 시한은 내년 1월 6일 오전 7시다.

타자 FA 선수들의 상실감은 심각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몸값과 구단 생각은 다르다. 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할 선수들, 당초 기대했던 액수와 괴리가 크다. 전준우, 안치홍, 김선빈, 김태균, 이성열, 박석민, 김태군, 김강민, 오재원 등이 아직 미계약 상태다.

선수의 가치는 누적 기록과 평가에 의해 좌우된다. 한 시즌 기록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향후 퍼포먼스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최근 기록이란 점이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할 수도 없다. 타자들은 바뀐 공인구에 서서히 적응을 해나갈 것이다. 바뀐 직후였던 지난 1년만 가지고 평가하기는 너무 짧은 측면이 있다. 타자들로선 여러모로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2019 프로야구를 강타한 공인구 쓰나미가 타자들의 꿈을 덮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김선빈(왼쪽)-안치홍.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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