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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결국 4월 개막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야구 종가' 미국에서도 KBO리그와 비슷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KBO리그보다 긴 팀당 162경기를 소화하는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 확산 탓에 연습경기는커녕 시즌 개막 시기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7월이 돼야 시즌 개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시즌 자체를 소화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구단들을 중심으로 '7이닝 더블헤더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수 단축을 피하고 선수들의 체력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추진해 온 스피드업에 획기적인 효과를 가져와 새로운 재미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로스 앳킨스 단장은 "(7이닝제 더블헤더를 도입하면) 주당 평균 8~9경기씩 162경기를 18주 안에 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드 블랙 콜로라도 로키스 감독 역시 "올해는 최대한 창의적인 야구를 해야 한다"며 "선수들은 계획과 체계를 원한다. 그런 기회(7이닝 더블헤더제)가 주어진다면, 선수들은 짧은 기간이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과연 KBO리그에서의 7이닝 더블헤더제는 현실성이 있을까.
정규시즌 경기 수는 소화가 가능하다. 주당 6경기씩을 소화하는 정규시즌 구조에서 더블헤더 2경기씩을 추가 편성하면 18주 이내에 144경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천 취소 등 추가 편성을 고려하더라도 20주 안에 모든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 5월 시즌이 되더라도 10월부터 포스트시즌 돌입이 가능해진다. 경기 편성이나 중계권 문제 등도 모두 해소할 수 있다.
기존의 선수단 운영 방식에서 차이는 불가피하다. 경기 수가 빡빡해지는 만큼 엔트리 확대는 불가피하다. 늘어난 경기 수만큼 선발-불펜 등 마운드 운영에 변화를 줘야 한다. 하지만 이닝수가 줄어들면 불펜 활용도-피로도는 그만큼 낮아진다. 롱릴리프 자원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고, 불펜 요원들을 뒤에 붙여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줄어드는 야수 활용 빈도는 늘어나는 경기에서의 플래툰 운영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더 많다. 경기 방식 자체가 바뀔 경우 기존의 운영 방식이나 선수들의 컨디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9회 후 12회까지 치르는 연장전을 7이닝제 경기에서 어떻게 운영할 지도 문제다. 이렇게 치른 경기에 따른 기록, 9이닝제 144경기에 맞춰 맺은 선수 계약상 문제를 구단이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에 대한 물음표도 남는다. 7이닝제 경기에 기존의 입장권-중계권 가치를 그대로 고수할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KBO리그의 한 관계자는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단순하게 경기 수를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그동안의 시즌 운영 방법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며 "투수들의 경우 이닝 수에 따라 옵션이 걸려 있는 투수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어느 정도 정착한 제도라면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국내 정서상 리그 제도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KBO리그가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다. 역사나 환경, 시장규모 등 상대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리그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고민의 출발점은 같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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