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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초반의 활기가 오간 데 없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현재 주전들의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 지난달 24~25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이 잇달아 우천 순연된 게 체력 안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타격 사이클, 최근 팀 상황 등에 따라 일시적 부진을 보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 구성 변화 없이 순서만 바뀌는 '정중동 라인업'은 이런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롯데의 현 문제점과 삼성의 상승세를 비교하기도 한다. 허문회 감독과 마찬가지로 올해 지휘봉을 잡은 허삼영 감독이 경쟁 체제와 1, 2군 선순환에 기반한 시너지 등으로 초보 감독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FA 영입에 주력하면서 백업 육성 대신 신인급 선수를 1군에 올려 쓰다가 부담과 실패, 육성 정체라는 악순환을 반복했던 롯데와 왕조 시절을 마친 뒤 이어진 부진-재정축소 속에서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온 삼성을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허삼영 감독이 오랜 기간 삼성에 몸담으면서 누구보다 팀 문화와 철학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도 허문회 감독과 차이점이다.
물론 일련의 상황을 여건 탓으로 돌릴 순 없다. 프로는 결국 성적으로 말하고, 모든 결과엔 책임이 따른다. 시행착오를 겪을 순 있지만, 더 나은 방향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모든 것은 실패로 귀결될 뿐이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은 현장의 총지휘관인 감독이다.
지금까지 얻어낸 결과물에서 허문회 감독이 얼마나 빨리 답을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승률이 지금과 같은 5할 밑으로 떨어지던 6월 초입을 떠올려 볼 만하다. 당시 허 감독은 자신이 공언했던 30경기에 앞서 벤치 개입과 2군 콜업 등의 변화를 택했다. 이를 통해 6월 초반 6연승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첫 번째 변화가 힘을 잃은 현시점에서 다음 스텝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다. 주전 체력 안배와 마운드 운영법, 타순 구성 등 여러 가지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외부 소통에 보다 과감해질 필요도 있다. 선수단과의 소통은 롯데의 올 시즌 밝은 더그아웃 분위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벤치를 벗어난 뒤엔 '반쪽짜리', '30경기', '-7' 등 정제되지 않은 현장의 언어를 그대로 외부에 노출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라인업 구성, 향후 운영 방향 등에 대해선 '상대 팀에 정보를 줄 수 있다'며 함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런 모습은 외부를 통해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 자신의 철학과 메시지를 외부에 세련되고 명확하게 밝힐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여전히 롯데를 향한 시선은 우려보다 기대가 많다. 반환점을 채 돌지 않은 시점, 지난해 꼴찌로 추락했던 것과 달리 중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이후 어떤 행보를 걷느냐에 따라 롯데의 올 시즌과 허문회 감독의 역량도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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