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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시선]베테랑의 잔혹한 가을과 패러다임 변화, 롯데가 걸어갈 길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11-10 05:30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정규시즌을 마친 직후부터 KBO리그엔 '칼바람'이 춤추고 있다.

김태균(38) 정근우(38)의 현역 은퇴 선언 뿐만 아니라 이용규(35) 김주찬(39) 채태인(38) 등 중량감 있는 베테랑 선수들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감소와 살림살이 줄이기가 원인이라는 분석. 야구계에선 이런 현상이 각 구단이 그동안 거품 논란을 빚었던 몸집 줄이기 뿐만 아니라 수 년 동안 강조해 온 데이터-육성 기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시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테랑 위주의 팀으로 불려온 롯데 자이언츠가 걸어갈 길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는 기존 프랜차이즈 선수 외에 전력 보강을 위해 중량감 있는 FA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주전 대부분이 30대 이상의 베테랑으로 구성됐다. 노장으로 분류되는 이대호(38) 이병규(37) 송승준(40) 장원삼(37) 김대우(36) 고효준(37)이 올 시즌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 외에도 전준우(34) 민병헌(33) 정 훈(33) 손아섭(32) 김동한(32) 김건국(32) 신본기(31) 안치홍(30) 등 새 시즌 30대 초중반에 접어드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롯데는 이들의 체력부담을 덜 백업 및 미래 자원 확보를 위한 육성 중장기 플랜을 수 년 동안 강조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중심축은 베테랑이었다.

유의미한 변화는 있었다. 입단 3년차 한동희(21)는 1군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승헌(21) 역시 올 초 드라이브라인에서의 투구 디자인 교정 효과를 보며 선발 진입 가능성을 보였다. 후반기에 기회를 받은 최준용(19)도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내는 등 오랜만에 신예들의 활약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그동안 좀처럼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인복(26) 김준태(26)도 성장해 올 시즌 한 자리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도 꼽아볼 만하다. 이런 결과물과 최근의 추세 속에 롯데가 어떤 방향을 잡을지는 생각해 볼 만하다.

에이징커브를 그리는 베테랑과 성장하는 신예,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추세 속에서 롯데는 과연 어떤 길을 걸을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베테랑이 신예들과 1군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성장하는 신예들이 실전에서 가치를 증명하고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의 문을 열어간다면 팀 구조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그러나 베테랑-신예로 1, 2군이 분리됐던 올 시즌 롯데의 팀 운영 기조, 여전히 베테랑의 기량을 확실하게 위협할 만한 신예 포지션 경쟁자가 나오지 않은 부분을 돌아보면 이런 장밋빛 꿈이 현실화될지에 물음표를 붙일 수밖에 없다. 중장기 프로세스 정립의 첫해를 마친 롯데가 외부 환경과 관계 없이 내년 이후에도 꾸준하게 기존 방침을 지키는 인내심을 발휘할지, 그 인내를 향한 외풍을 과연 견뎌낼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붙는다.

코로나19가 만든 급격한 환경 변화와 그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가야 하는 고민은 롯데라고 해서 타 팀과 다르지 않다. 다만 어떤 계획을 세우고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의 방향은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갈림길에 선 롯데는 과연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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