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그토록 바랐던 미국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다. 비록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였지만, 2007년 4월 7일 잠실 LG전에서 팀 내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KBO리그에 데뷔했을 때처럼 설경기가 끝난 뒤 그가 던진 한 마디, "긴장감보다 설레는 마음이 컸다." 왜 '대투수'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몸 상태는 100%가 아니지만,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는 건 긍정적 신호다. 무엇보다 '설렘'의 감정은 미국 무대 데뷔전을 끝으로 없애야 한다. 본격적으로 주전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경쟁자들은 이미 몇 발 앞서있다. 이젠 '생존'의 시간이다. 양현종은 "첫 시작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음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내 공을 던질 것 같은 느낌이다. 남은 3주간 선수들과 좋은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나도 경기 때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양현종의 목표는 아직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는 "가장 큰 목표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다. 지금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범경기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을 비롯해 덕 매티스와 브렌든 사가라 투수 코치는 양현종이 KBO리그에서 중간계투가 아닌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경력을 알고 있다. 때문에 루틴대로 경기를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양현종은 "확실히 선발보다는 몸푸는데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경기 전 투수 코치님께서 내 루틴대로 준비하라고 하셨다. 이날은 밸런스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었지 다른 부분에선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륙을 건너와 2주 만에 첫 실전임을 감안해 선수의 심리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첫 실전 피칭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코멘트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메시지대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홈런을 내준 양현종을 칭찬했다. 특히 실점 이후 침착하게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 엄지를 세웠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첫 경기였던 만큼 설 것이다. 삼진도 잡았다. 무엇보다 침착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불펜에서 봤던 모습대로 공을 던졌다"라며 "에너지가 있지만, 흥분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장점이다. 경험이 많다보니 본인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홈런 장면은 오히려 코칭스태프에서 도와주지 못한 부분을 지적했다. "우리가 피터스를 잘 몰랐다. 아마 알았다면 다른 방법으로 승부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양현종이 우드워드 감독을 놀라게 한 건 야구를 대하는 자세였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은 야구를 즐기면서 하고 있다. 타리그에서 뛰고 왔지만, 긴장하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도 그가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