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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타석의 강백호가 땅에 떨어져 있던 강민호의 포수마스크를 공손하게 들어바쳤다.
둘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상황은 이랬다.
0-0으로 팽팽하던 3회말 2사 1루에 강백호가 두번째 타석에 섰다. 1회 첫 타석 삼진을 만회하기 위해 잔뜩 별렀다. 초구부터 강백호 특유의 거침 없는 풀스윙이 돌았다.
하지만 낙차 큰 커브에 공은 배트 아래 부분에 맞았다. 드라이브가 걸린 타구가 포수 강민호의 왼쪽 허벅지 안쪽을 맞고 튀며 사타구니를 강하게 때렸다.
허리부상을 털고 포수 마스크를 다시 쓴 지 이틀째. 남자로선 피하고 싶은 '험한' 상황 속에 그대로 노출된 강민호가 그라운드에 풀썩 쓰러졌다. 벤치에서 트레이너가 급히 달려왔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허리 아래쪽을 손으로 두드려 줄 뿐이었다.
한참을 누워 식은땀 나는 고통을 온 몸으로 견뎌내던 강민호.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가해자' 강백호가 떨어져 있던 포수 마스크를 들어 다소곳이 피해자에게 바쳤다. 거들떠도 안 보던 강민호는 눈을 흘기며 무언가 장난 섞인 말을 건넸다. 그 순간, 강백호가 빵 터졌다. 1루에서 이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오재일 마저 웃음보가 터졌다. 대체 둘 사이에는 무슨 대화가 오간걸까?
잘못한 건 없지만 그래도 14년 대선배를 그라운드에 쓰러지게 한 미안함.
숨 막히는 고통도 위트 넘치는 장난으로 웃어 넘기게 한 강민호의 후배 배려가 돋보였던 장면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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