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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5회 마차도의 캐치는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의 수비였다."
특히 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마차도의 활약이 더욱 빛났다. 마차도는 2-0으로 앞선 3회, 깨끗한 좌전안타로 팀의 3번째 득점을 뽑았다. 프레스턴 터커의 2점 홈런으로 KIA가 턱밑까지 따라붙은 6회말, 선두타자 한동희의 솔로포에 이어진 2사 2루에서 또한번 적시타를 터뜨렸다. 두 번 모두 홈을 밟은 주자는 안치홍. 그의 프로 통산 700득점을 도왔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롯데가 맹공을 이어가던 7회말, 마차도는 6-2로 앞선 2사 1,2루에서 또한번 이번엔 좌중간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쏘아올렸다. 주자 둘이 홈을 밟는 사이 3루까지 내달렸다. 이후 롯데는 무려 13점까지 냈지만, 분위기상 승부를 마무리지은 한방이었다.
슬럼프 탈출에 있어 한동희와 라이언 롱 타격코치의 도움이 컸다며 솔직한 감사도 전했다. 한동희는 "평소에는 웃으면서 잘 넘기더니, 요즘은 왜 이리 화가 나있냐", 롱 코치는 "너의 야구본능을 믿고 편하게 쳐라"라는 말로 마차도의 각성을 도왔다고.
수비에는 정평이 난 선수지만, 수비력이 지난해만 못했던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마차도는 "시즌 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수비 밸런스가 흔들렸다. 그게 경기에도 나타난 것 같다"면서 "올림픽 휴식기에 푹 쉬면서 밸런스를 가다듬었다. 후반기에는 수비가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마차도의 미친 수비는 서튼 감독을 환호케 했다. 5회초 김선빈의 빗맞은 타구는 유격수와 좌익수와 3루 파울라인 사이의 미묘한 위치를 향했다. 하지만 마차도가 어느새 따라붙었다. 뒤로 돌아설 시간은 없었다. 마차도는 정확하게 위치를 포착한 뒤, 공을 등진 상태에서 가슴 앞으로 공을 받아냈다. 빠른발과 기막힌 낙구 판단, 적극성이 하나된 슈퍼캐치였다.
평소 마차도의 수비 범위는 투수 옆부터 3루쪽 파울 지역, 중견수와 좌익수 근처까지, 일그러진 타원형의 공간 전체다.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한동희나 전준우의 수비 범위까지도 커버한다. 깊은 시프트가 잦은 팀 특성상, 최형우(KIA 타이거즈) 같은 좌타 거포가 나올 때면 왼쪽 내야 전체를 혼자 책임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마차도의 존재감을 기록이나 TV 화면만으로 쉽게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일각에서는 이대호의 타격을 살리기 위해서는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는 외국인 거포가 필요하다, 마차도 대신 외국인 거포를 영입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른바 마차도 퇴출론의 근거는 무척 빈약하다. 올시즌 타격 성적에서 마차도보다 확실히 뛰어난 외국인 타자라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해 호세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 애런 알테어(NC 다이노스) 제이미 로맥(SSG 랜더스) 정도다. 중견수인 알테어를 제외하면 주 포지션이 지명타자 혹은 1루수다. 마차도만 못한 성적을 낸 저스틴 보어(LG 트윈스)나 프레스턴 터커(KIA)도 마찬가지다.
마차도와의 인터뷰는 꽤 오랜만이었다. 혹시 '퇴출론' 이야기를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알고 있다. 다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근에 지인이 알려줘서 그 내용을 알게 됐다. 그렇게 누가 말해주기 전엔 잘 모른다. (알게된 지금도)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 의견에 대해 굳이 답해야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KBO 2년차지만, 마차도는 아직 '사직 노래방'을 경험한 적이 없다.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인해 지극히 제한된 관중만 입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롯데의 성적이 좋아지면서 입장객도 점점 늘고 있다. 거리두기 3단계인 현재 사직에는 전체 수용인원의 30% 정도만 입장할 수 있다. 지난 추석에는 5000명 넘는 팬들이 사직을 찾아 야구를 즐겼다. 평일 저녁인 이날도 1867명의 팬이 찾아왔다. 서튼 감독은 "팬들이 점점 많이 오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응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차도의 생각도 같다. 마차도는 "팬들의 응원을 들으면 힘이 난다. 코로나 이전 롯데 응원 영상도 많이 봤다"면서 "더 많은 팬들과 함께라면 더 힘낼 수 있을 것 같다. 꽉찬 사직구장이 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가족들도, 나도 한국을 좋아한다. 늘 말해온대로,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롯데에서 뛰다가 은퇴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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