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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그땐 멋모르고 막 던진거고…이젠 진짜 선발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두산 팬들은 이듬해부터 '17승 에이스'의 편린을 쫓아야했다. 조시 린드블럼, 라울 알칸타라, 아리엘 미란다까지 매년 MVP급 외국인 투수를 배출했지만, 이영하는 선발로 시작해 불펜으로 강등되기를 반복했다.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는 불펜 에이스와 마무리 역할까지 해냈지만, 모두가 '선발 이영하'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올해는 다를까. 이영하는 시즌 첫 경기였던 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⅔이닝 2실점으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고, 지난 10일 롯데 자이언츠전 6⅔이닝 3실점, 16일 키움 히어로즈전 5⅔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다. 김태형 감독은 "잘 던지고 있다. 이제 마운드 위에서 선발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평했다.
기록을 떠나 김 감독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의 선수 보는 눈은 정평이 나있다. 거듭된 핵심 선수들의 이탈에도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고, 매년 보상선수 신화를 쓰는 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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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영하는 '17승 에이스' 시절과 비교하면 어떨까. 김 감독은 "그땐 멋모르고 막 던질 때고, 지금은 한동안 안 좋았다가 다시 (선발로)던지니까 아무래도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며 웃었다.
"더 신중해졌다. 타자 공략하는 법은 알고 던지는데, 제구가 안될 때의 부담감이나 그 결과에 좀더 예민해하는 것 같다. 감독 입장에서 일단 볼넷이 많이 없어지니까 마음이 편하다."
두산은 시즌초 8승5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두산답게 연패 없이 꾸준히 달린다. 밀리는 경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는 뒷심도 여전하다. '철벽 마무리' 김강률이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8경기에 등판, 8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이 0이다. 2승 5세이브로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볼넷이 1개라는 것. 김 감독은 "항상 첫 타자 출루율이 높았는데, 올해는 그런 부분이 없다. (마무리는)볼넷이 없어야한다. 마무리의 마인드가 좋아졌다는 건, 결국 자기 공에 확신이 있다는 얘기"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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