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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안우진 한현희인가, '히어로'없는 히어로즈, 구단 운영 자격있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2-04-26 07:40 | 최종수정 2022-04-26 07:41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5회말 2사 이정후가 솔로포를 치고 들어와 축하받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23/

박병호 서건창 김민성 유한준 손승락. 2010년대 중반 히어로즈의 주축선수로 팀을 이끌었던 핵심 멤버들이다. 이들이 펄펄날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히어로즈는 설움을 씻고, '야구 잘 하는 자생구단'으로 인정받고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 선수들 모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나거나,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한 시즌 최다안타기록(2014년 201개) 보유자인 서건창은 LG 트윈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히어로즈 출신 최고 선수, 박병호는 지난 겨울 KT 위즈와 계약했다. 한때 목동야구장, 고척돔 관중석을 들썩이게 했던, 히어로즈가 자랑했던 '히어로'가 떠났다. 구단과 선수가 계약관계라고 해도, 많은 야구인들이 아쉬워했다.

메이저리그로 간 강정호 김하성은 논외로 해도 간판 선수가 예외없이 팀을 떠날 수밖에 없고, 프랜차이즈 스타가 남아나지 않다는 건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열성팬들의 사랑, 관심이 프로 스포츠를 지탱하게 하는 기둥이다. 팀 레전드,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한 이유다.

히어로즈는 이 부분을 아예 포기한 것 같다. '자존'보다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해도, 프로 구단의 기본까지 놓으면 존재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 히어로즈가 모기업 지원없이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해도 그렇다.

최근 히어로즈는 주전포수 박동원을 KIA 타이거즈에 보내고,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202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했다. 양 팀이 동시에 이 사실을 알린 후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승인을 보류했다가, 이틀 뒤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히어로즈가 과거 주축선수가 포함된 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발표 트레이드머니 외에 '뒷돈'을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왜곡하는 행위였다. KBO가 이 점을 감안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히어로즈는 안팎에서 신뢰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야구팬들이 많은 음식을 먹으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척돔에서의 음식물 취식을 금지하기로 함에 따라 개막전 2경기 후엔 다시 취식이 금지된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2/

2022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키움 박찬혁과 이정후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22/
를 잃었다. 서글픈 현실이다.

히어로즈 팬은 물론, 소속 선수들까지 팀에 대한 애착을 갖기 어렵다. 박병호가 떠난 뒤 젊은 주전급 선수들간에 "야구 잘 해서 빨리 떠나는 게 최선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선수는 구단 자산이면서, 팬들의 소중한 보물이다.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해도 '선수 장사'는 안된다.

다음 트레이드 대상은 젊은 에이스 안우진이나, FA를 앞둔 투수 한현희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어느 누구도 KBO리그 대표타자로 성장한 이정후가 계속해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기업 의존도가 높은 9개 구단과 달리, 히어로즈 구단은 야구전문기업의 길을 개척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구단 최고위층이 현장과 불협화음을 냈지만, 좋은 선수를 육성해 키우는 능력만큼은 인정받았다. 요즘 히어로즈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쪽으로 나머지 9개 팀과 확실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비정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 프로 구단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 정상 운영이 가능한 기업에 넘기면 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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