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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런 경기를 보는 팬들은 무슨 죄를 진 건가.
경기를 하다보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KIA는 7연패 중이었다.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에 선수들의 몸이 굳을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날 LG전은 '최악의 야구'를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도저히 프로팀의 경기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게 연패보다 큰 문제다.
시작은 2회말이었다. 선두 김선빈이 안타로 출루했다. 그런데 김선빈이 도루를 하다 허무하게 죽었다. 초반 기선 제압 찬스를 잡은 상황에서 이해하지 못할 작전 실패가 나왔다. 김선빈은 나이가 들고 다리가 많이 느려졌다. LG 선발 플럿코의 슬라이드 스텝이 느리다고는 하지만, 단독 도루까지 시도할 스피드는 아니었다. 결국 치고달리기 작전이었다는 건데, 타석에 있던 박동원은 무슨 작전이 났냐는 듯 가만히 있었다. 타자를 보고 뛰는 김선빈을 봤을 때, 박동원의 미스로 보였다. 두 사람 중 누가 사인을 놓쳤는지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어찌됐든 이 중요한 경기 초반 상황서 작전 미스 상황이 발생했다는 자체가 KIA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결정적 장면은 8회초 나왔다. 유격수 박찬호의 치명적 실책. 팽팽하던 실타래가 단숨에 끊어졌다. 더 이상 설명도 필요 없는 장면. 한 팀의 주전 유격수가, 크게 어렵지 않은 송구를 패대기 쳤다. 뭐,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해볼 수 있다. 어떤 선수가 찬스에서 못치고, 중요한 장면 실책을 하고 싶겠나. 잘하고 싶지만, 너무 잘하고 싶다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9회초였다. 져도 잘 져야 했다. 9회말 공격이 있는데, 마치 일찍 경기를 포기한 팀처럼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승패가 기운 후 얻어맞는 패전팀 같았다. 그런데 KIA는 내일이 있는 팀이다. 당장 LG와 경기가 이어지는데 LG 타자들 기만 살려주고, 자신들은 투수력만 소모했다. 앞선 빈타, 실책보다 더 최악인 게 9회 무기력한 야구를 한 것이었다. 도대체 밤 늦게까지 이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무슨 죄인가.
KIA로서 다행인 건 턱밑 추격을 해오던 NC 다이노스도 이날 졌다는 것이었다. 만약, KIA가 이 사실에 안주하고 있을까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8연패가 더 길어질 수 있다. 5위를 하느냐, 못하느냐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5위를 해봤자 팬들에게는 큰 울림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