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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불가항력의 상황이라 여겨도 뒷맛이 남는다.
또 다른 변수도 생겼다. 염경엽 WBC 대표팀 기술위원장이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1월 기술위원장에 선임돼 상대국 전력분석, 선수 선발에 깊이 관여했던 그는 곧 LG 마무리캠프에 합류한다.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KBO리그 사령탑 자리이기에 염 감독의 LG행은 '대의'를 고집하며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닌, 오히려 축하 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 팀을 이끄는 사령탑이 된 염 감독이 대표팀 기술위원장 자리를 겸임하기는 무리다. 대표팀 입장에선 WBC 준비 전반을 챙겨야 할 컨트롤 타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B플랜 가동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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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는 한국 야구계 모두가 '성공'을 염원하는 대회다. 그럴 수밖에 없다. 2009년 준우승 이후 한국 야구는 WBC에서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2013년엔 타이중 참사, 2017년 고척돔 참사 등 '참사'라는 단어가 익숙했다. 2015 프리미어12라는 소중한 성과도 있었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과정에서의 선수 선발 잡음, 2019 프리미어12 일본전 2연패,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 수모 등 국제 대회에서의 추억도 좋지 않았다. 800만 관중 시대 호황을 맞은 KBO리그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반응만 이어졌다.
WBC 지휘봉은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맡았다. '만년 꼴찌' KT를 일약 강팀으로 변모시킨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대표팀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KT 사령탑 자리를 겸임하고 있는 그에게 대표팀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만큼 디테일한 지원이 뒤따라야 대표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변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대표팀을 향한 준비, 지원 태세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