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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경력 없이 프로팀 감독에 취임했는데, 에이스가 팀을 떠나려고 한다. 평범한 1선발급 투수가 아니라 그해 28경기에 등판해 완투 10번, 완봉 6번, 232이닝을 던진 초특급 에이스다. 온몸으로 막고 싶지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2011년 11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이야기다.
니혼햄을 매개로 이력이 살짝 이어지지만, 둘은 함께 하지 못했다. 2012년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다르빗슈는 텍사스, LA 다저스, 시카고 컵스, 샌디에이고에서 11년을 뛰었다. 다르빗슈가 이적한 2012년, 니혼햄을 퍼시픽리그 우승으로 이끈 구리야마 감독은 2021년 말 일본야구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10여년이 흘러 마침내 인연이 이어졌다. 대표팀에서 감독, 주축투수로 처음 함께 한다. 우승을 목표로 의기투합했다. 구리야마 감독이 미국으로 건너가 다르빗슈를 만난 직후인 지난해 12월 초, 다르빗슈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대표팀 합류를 알렸다. 메이저리그 선수로는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에 이어 두번째 대표팀 합류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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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야마 감독은 다르빗슈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함께 하자는 야속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다르빗슈를 만났을 때 먼저 그때 이야기를 하더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고 했다. 다르빗슈가 11년 전 약속을 지킨 셈이다.
구리야마 감독은 "대표팀에 합류해달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안 했다. 부담이 됐을텐데 참가하겠다고 해 너무 기뻤다"고 했다.
다르빗슈는 일본대표팀 최고 베테랑이자 구심점이다. WBC와 인연이 깊다. 2009년 2회 대회 때 한국과 결승전에 9회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이와쿠마 히사시와 선발투수로 대회를 시작했는데, 주전 마무리투수 후지카와 규지가 흔들려 뒷문을 맡게 됐다.
다르빗슈는 9회말 승리를 앞두고 동점을 허용했다. 스즈키 이치로가 연장 10회초 적시타를 때렸고, 다르빗슈는 연장 10회말을 무실점으로 봉쇄, 대회 2연패를 확정했다. 일본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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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