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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선수는 커리어의 시작 못지 않게 마무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팬들은 커리어 전반의 활약상 만큼이나 마지막 이미지를 강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박찬호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개척한 한국인으로 평가받는다. 박찬호가 투수로 메이저리그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면, 추신수는 방망이로 빅리그를 점령한 최초의 한국 선수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에 계약하는 등 빅리그 통산 연봉으로만 1억40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으니 성공한 야구선수임은 분명하다.
그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자 미국으로 떠난 지 20년 만에 돌아왔다. SSG 구단은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리그에 참가한 2021년 추신수 영입을 전격 발표했다. 사실상 신생 구단인 SSG로서는 전력 강화는 물론 팬들에 어필할 파격적인 서프라이즈가 필요했다.
SSG 전력에 큰 보탬을 준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KBO 입단 첫 시즌인 2021년 137경기에서 타율 0.265(461타수 122안타), 21홈런, 69타점, 84득점, OPS 860을 마크한 그는 지난해 112경기에서 타율 0.259(409타수), 16홈런, 58타점, 77득점, OPS 812로 다소 주춤했으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메이저리그 시절 경험하지 못한 우승의 순간, 추신수는 눈물을 흘렸다.
선진 야구를 온몸으로 체득한 추신수는 여전히 후배들에겐 더없이 좋은 모범이자 선생님이다. 여기에 추신수는 요즘 TV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이다. 어린 시절 함께 야구를 한 이대호 정근우와 출연한 프로그램도 있다. 이 역시 팬 서비스 차원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고향팀인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는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지만, 추신수는 올해 또는 내년이 마지막 시즌일 가능성이 높다. 퇴장 무대에 다다른 선수임은 틀림없다. 미국에서 음주 운전과 같은 비난받을 실수를 했어도, 19살의 어린 나이에 태평양을 건너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성실한 모습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을 보였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이게 훗날 추신수에 관해 떠올릴 팬들의 기억이어야 한다.
팬들은 '메이저리그 정복자' 박찬호를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2006년 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리그에서 최선을 다하고 한화 이글스 팬들에게 친절했던 선수로도 기억한다. 또한 팬들은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을 베이징올림픽 등 숱한 국제대회의 영웅,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겸손했던 신사로도 추억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