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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시작 못지않게 마무리도 중요하다' 20년 공들인 아까운 탑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3-01-25 09:39 | 최종수정 2023-01-25 09:47


SSG 랜더스 추신수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열린 세리머니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선수는 커리어의 시작 못지 않게 마무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팬들은 커리어 전반의 활약상 만큼이나 마지막 이미지를 강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SSG 랜더스 추신수가 선수 생활 막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추신수는 지난 21일(한국시각) 텍사스주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표팀 세대 교체와 안우진 제외 등 KBO리그에 관한 소신과 자신의 '대표팀 먹튀' 입장을 밝혔다가 국민 정서를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발언을 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비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어떤 생각을 갖고 그걸 말하는 건 자유지만,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인기 프로야구 선수가 민감한 사안을 충분한 숙고 없이 내뱉었다는 점에서 경솔하고 부적절했다.

추신수는 박찬호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개척한 한국인으로 평가받는다. 박찬호가 투수로 메이저리그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면, 추신수는 방망이로 빅리그를 점령한 최초의 한국 선수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에 계약하는 등 빅리그 통산 연봉으로만 1억40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으니 성공한 야구선수임은 분명하다.

그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자 미국으로 떠난 지 20년 만에 돌아왔다. SSG 구단은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리그에 참가한 2021년 추신수 영입을 전격 발표했다. 사실상 신생 구단인 SSG로서는 전력 강화는 물론 팬들에 어필할 파격적인 서프라이즈가 필요했다.

추신수는 SSG 입단 후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게 사실이다. 입단 첫해 연봉 27억원 중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해 달라며 10억원을 내놓았고, 최근에는 샐러리캡 제도 때문에 연봉 10억원이 깎였음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을 위해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5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사회 약자층을 돕고, 유소년 및 모교 야구 지원에도 추신수는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SSG 전력에 큰 보탬을 준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KBO 입단 첫 시즌인 2021년 137경기에서 타율 0.265(461타수 122안타), 21홈런, 69타점, 84득점, OPS 860을 마크한 그는 지난해 112경기에서 타율 0.259(409타수), 16홈런, 58타점, 77득점, OPS 812로 다소 주춤했으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메이저리그 시절 경험하지 못한 우승의 순간, 추신수는 눈물을 흘렸다.

선진 야구를 온몸으로 체득한 추신수는 여전히 후배들에겐 더없이 좋은 모범이자 선생님이다. 여기에 추신수는 요즘 TV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이다. 어린 시절 함께 야구를 한 이대호 정근우와 출연한 프로그램도 있다. 이 역시 팬 서비스 차원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고향팀인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는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지만, 추신수는 올해 또는 내년이 마지막 시즌일 가능성이 높다. 퇴장 무대에 다다른 선수임은 틀림없다. 미국에서 음주 운전과 같은 비난받을 실수를 했어도, 19살의 어린 나이에 태평양을 건너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성실한 모습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을 보였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이게 훗날 추신수에 관해 떠올릴 팬들의 기억이어야 한다.

팬들은 '메이저리그 정복자' 박찬호를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2006년 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리그에서 최선을 다하고 한화 이글스 팬들에게 친절했던 선수로도 기억한다. 또한 팬들은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을 베이징올림픽 등 숱한 국제대회의 영웅,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겸손했던 신사로도 추억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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