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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늘 밝은 얼굴로 국가대표와 태극마크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김광현은 한일전에서 대패한 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누가 김광현을 비난할 수 있을까.
2회까지 김광현은 희망을 주는 투구를 했다.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투구를 했다. 일본 타자들은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오타니 쇼헤이와의 승부에서도 김광현은 당당하게 삼진을 잡아냈다. 김광현이 2회까지 철벽으로 버텼기 때문에, 한국이 3회초 선취점을 뽑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도쿄돔, 한일전 그리고 김광현. 과거 한국 야구 대표팀의 영광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값진 장면이었다.
김광현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보낸 지난 시즌 피로 여파도 있고, 올해도 WBC에 맞춰서 몸을 빨리 만드느라 어려움이 있었다. 애리조나의 날씨 문제 등으로 실전 등판도 충분히 하지 못해서 투구수를 늘리는 것도 난관이 있었다. 투구수가 불어난 3회에 난조를 보이면서 제구가 원하는 곳에 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김광현을 한번 더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고 말았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