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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한국야구, 제 잇속만 챙기는 야구인들..전면 개혁이 필요하다[SC시선]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3-03-12 15:45 | 최종수정 2023-03-13 08:59


벼랑 끝 한국야구, 제 잇속만 챙기는 야구인들..전면 개혁이 필요하다[S…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한국이 13-4로 패했다. 팬들에게 인사를 한 후 발걸음을 옮기는 선수들의 모습.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희대의 대참사. 누가 책임질 것인가.

대형 사고가 벌어졌는데 수습이 되지 않는다. 과연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까.

WBC 호주전 충격 역전패에 이은 일본전 망신 수준의 콜드게임 직전의 대패. 일부 젊은 투수들은 도쿄돔을 가득 메운 5만 관중 앞에서 스트라이크 조차 던지지 못했다. 충격적인 장면이었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올 것이 온 것 뿐이었다.

대참사 속에 선배 야구인 상당수는 "큰 일 났다"고만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강 건너 불구경이다. 대안 없는 비판만 난무한다. 참사를 유투브 조회수와 수익을 올리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야구인인 지 의문이 들 정도다. 도쿄 참사 보다 더 걱정되는 한국야구계의 암담한 풍경이다.

대회 전 추신수가 비난 받았던 소신 발언의 칼끝 역시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일부 선배 야구인들을 향해 있었다. 안우진 논란이나 세대교체 등 다소 독선적인 주장에 대한 비난 쓰나미 속에 일부 옳은 말들 마저 묻혀버린 측면이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오직 자신의 이익과 자리보전에만 몰두하는 한심한 일부 야구인들. 그 야구계 적폐가 쌓이고 쌓여 오늘의 참사가 벌어졌다. 그들은 야구계 곳곳에 포진해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 한국 야구계의 장기적 발전이나 걱정은 오로지 입으로만 한다. 그럴듯한 양 머리를 걸고, 실제로는 개 고기를 팔며 제 이익만 챙기는 격이다.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를 책임져야 할 주체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성원인 10개 구단이다. 방향은 외형적 보여주기가 아닌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내실 다지기에 있다.


벼랑 끝 한국야구, 제 잇속만 챙기는 야구인들..전면 개혁이 필요하다[S…
KBO 10개 구단 로고.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현 시점에서 2024 시즌 개막전을 미국에서 치르는 것은 시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하루라도 빨리 리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몰두해야 한다. 장기, 중기, 단기적 플랜을 세워 당장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장기적 과제는 유소년 야구 활성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수급의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재능 있는 꿈나무들이 야구에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의 지도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이기기 위한 팔장난 위주의 기술이 아닌 하체를 활용한 기본기 위주의 코칭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알루미늄 배트의 환원이 필요하다. 현장과 괴리된 비현실적이고 기계적인 수업시간 종용도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문제다.

중기적으로는 유능한 인재들을 외부 유출을 막고, 현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 실질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과거 당연하게 여겨졌던 스타플레이어의 일선 지도자 전환 비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방송사 해설위원,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타 직종에 비해 처우가 형편 없기 때문이다. 선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 사이 일선 코치들의 몸값은 정체된 지 오래다. 연봉도 적고, 신분도 불안하다. 사령탑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소위 '순장조'로 옷을 벗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에서 유망주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보람도 없다.

프로 구단이 이 정도일진데 학생야구 일선 지도자 처우는 말할 것도 없다.

유능한 지도자가 좋은 선수를 만든다. 이들을 현장으로 이끌기 위한 현실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KBO와 각 구단들의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분야다.

단기적으로는 특정 선수들에게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10개 구단들의 장기적 플래닝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당장 비싼 FA를 사서 성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샐러리캡까지 도입되면서 구단 운영비 지출 중 특정선수 몸값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FA와 비FA 다년계약자들에게 지출이 쏠리면서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 선수에게 돈을 쓸수록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는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필요한 퓨처스리그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다. 팜 시스템을 거쳐 국가대표급 유망주들이 배출되는 일본과 대비되는 측면이다.

'FA 몸값 상한제' 도입이 어렵다면 단기적이나마 외국인 선수 풀을 늘리는 것도 처방이 될 수 있다.

늘어난 외국인 선수는 FA에 대한 비정상적 수요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아낀 돈을 보다 많은 선수들과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 극히 일부 선수들에게만 돈이 몰리는 지금의 리그는 경쟁력이 없다. 그 부자 선수들 조차 국내 리그 안에서 정체되며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고 있다. 자신을 위협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그 전체에 '메기효과'가 절실하다.

KBO는 당장 치밀한 분석과 장·중·단기적 대안을 마련해 실천에 옮겨야 한다. 머뭇거리기에는 위기의 한국야구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나 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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