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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국 야구 대표팀이 또다시 WBC에서 고개를 숙였다. 대회 3회 연속 탈락. 이제는 일시적 부진이 아닌, 한국 야구 전체의 문제다.
하지만 최근 국제 대회 성적은 최악에 가깝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긴 했지만, 경기력 논란이 있었다. 또 WBC에서는 3회 연속 탈락이다. 2013년 '타이중 참사'라고 불리는 기억이 딱 10년 전이다. 당시 대표팀은 '약체'라고 평가하던 네덜란드에 0대5로 지고, 최종 성적 2승1패에도 실점이 많은 탓에 조 2위 안에 들지 못해 탈락했다.
안방 고척돔에서 열렸던 2017년 WBC에서는 첫 상대 이스라엘에 1대2로 충격패를 당하고, 네덜란드에도 0대5로 졌다. 1승2패에 그친 대표팀은 또 조 2위까지 허락되는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6년. 한국 야구 대표팀의 위상은 전혀 달라지지 못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만회하고, 이미지 회복을 위해 6개월 전부터 WBC를 준비해 온 대표팀이다.
애리조나에서 서울로, 그리고 다시 오사카와 도쿄로. 역대급 이동 동선에 선수들은 "이런 이동은 처음"이라고 했다. 각자 소속팀 캠프를 치르다가 소집됐기 때문에 이동 거리는 더욱 길었다. 호주에서 팀 캠프를 치른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경우, 호주-미국-한국-일본으로 이어지는 이동을 3주 안에 소화했다.
물론 이 역시 핑계다. 한국 야구는 WBC에서 절실한 실력 차이를 확인했다. 컨디션 저조를 감안하고서도, 그동안 우리가 '약체'라고 평가했던 팀들의 기량이 얼마나 세계 수준으로 올라왔는지 직접 느꼈다. 또 '라이벌'이라던 일본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KBO리그에서는 볼 수 없던 수준의 선수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절절히 확인했다.
투수들의 실력 차이는 물론이고, 큰 경기에서의 전략, 선수 기용, 기본기 등에서 허점이 보였다. KBO리그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참가했으나, 한국프로야구가 미국, 일본 다음 가는 리그라고 하기에는 국제 대회 결과가 참담하다. 적어도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겨눌만큼의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필요했지만 그렇게 못했다.
최근 몇년간 부진했기 때문에, 이번에 반드시 잘해야 된다는 압박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경기력에서 독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KBO도 물론이고, 10개 구단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야구계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외국인 선수 제도 역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리그 안에만 갇힌 '내수용'이라는 평가는 야구계 관계자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 아닌가. 한국 야구가 도쿄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