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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차라리 더 업시켜 버려."
삼성 박진만 감독이 꼽은 스프링캠프 타자 MVP. 그럴 만한 타격재능이다. 괜히 2군 타격왕 출신이 아니다.
팽이처럼 날카롭게 돌아간다. 삼성 타선에 큰 힘을 보탤 새 얼굴.
긴장감을 피할 수 없었다. 경기 내내 붕 떠 있었다.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태훈은 살짝 서두르다 3타석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악바리 답게 경기 중 실내 연습장으로 향했다. 이날 출전하지 않은 구자욱 선배를 만났다.
"자욱이 형이 제가 좀 업 돼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캠프 때보다 확실히 좀 업 됐다고 하니까 '오늘은 차라리 그냥 더 업 시켜버려'라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는 그냥 텐션을 가지고 가서 미친 사람 처럼 해버리가고 하셔서 마지막 타석에서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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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더였던 것 같은데 그냥 가운데 높게 보고 플라이 치자, 삼진은 먹지 말자 약간 이런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첫 만남부터 홈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한방. 공교롭게도 역전을 허용한 이로운은 구자욱의 대구고 후배다. "프로 무대에서 구자욱 선배님과 붙어보고 싶다"던 꿈나무에게 구자욱 조언을 들은 김태훈이 쓴 맛을 먼저 안긴 셈.
수비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였다. 4회 2사 1,2루에서 추신수의 홈런성 타구를 점프 캐치 하며 라이온즈파크를 찾은 팬들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긴장해서 소리가 잘 안 들렸어요. 정신이 없었고,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나면 또 보기가 좀 그러니까 최대한 누르려고 해서 소리를 잘 못들었어요."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첫 기억은 설레고 긴장되지만 느린 시간 속에 박제돼 오래 동안 남는다.
라팍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 김태훈. 뉴 라이징 스타가 탄생할 조짐이다. 출발이 좋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