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한화 문동주가 지난 12일 KIA전에서 1회말 박찬호를 상대로 160.1㎞에 이르는 포심 직구를 뿌려 연일 화제다. 이는 2012년 LG 레다메스 리즈의 162.1㎞, 2016년 한화 파비오 카스티요의 160.4㎞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빠른 공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1999년생인 키움 안우진은 지금이 전성기다. 안우진의 직구 최고 스피드는 작년 9월 30일 인천 SSG전에서 던진 158.4㎞다. 올시즌에는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말 허경민을 상대로 뿌린 158.2㎞가 최고 구속이다. 안우진도 얼마든지, 혹은 마음만 먹으면 160㎞ 강속구를 던질 수 있을테지만, 스스로는 "구속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문동주는 2~3년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1군 13경기에서 28⅔이닝을 소화했다. 막 출발한 마라토너의 5㎞ 지점이다. 37.25㎞를 더 뛰어야 한다. 아직은 모른다.
투수들 중 많은 수가 공을 던진 뒤 전광판을 쳐다보는 습관을 갖고 있다. 자신의 구속을 보기 위함이다. 투수에게 스피드 욕심은 당연한 것이다. 톱을 다투는 안우진과 문동주라고 다를 게 없다. 스피드를 늘리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건 죄가 아니다. 물론 가장 나쁜 '적(敵)'은 부상이다. 부상은 신체의 밸런스를 망가뜨리고 구속과 제구력을 모두 망친다.
지난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투수들의 구속 수준이 나왔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참가 20국 가운데 16위였다. 일본 투수들은 95.38마일로 도미니카공화국(95.74마일)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송곳 제구를 전통으로 여기던 일본은 이미 메이저리그식 투구를 지향하고 있다. KBO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두 영건 파이어볼러의 스피드 경쟁은 그래서 바람직하고 흥미롭다.
KBO는 아직도 최고 스피드가 150㎞를 넘으면 강속구 투수 대접을 받는다. 지난해 MLB, NPB, KBO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각각 93.7마일(150.8㎞), 90.8마일(146.1㎞), 89.6마일(144.2㎞)이었다. 국제대회에서 더 이상 수모를 당하기 싫으면 이 간격을 좁힐 필요가 있다.
|
최동원의 경우 198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스카우트가 96마일(154.5㎞)로 구단에 보고했다는 보도가 있다. 선동열은 1995년 잠실 LG전에서 155㎞ 직구를 던졌다고 나온다. 145㎞만 넘어도 '와~'하던 시절이다. 최동원은 강력한 직구와 폭포수 커브, 선동열은 강속구와 슬라이더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
참고로 최초로 160㎞를 던진 한국인 투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1996년 6월 28일 쿠어스필드에서 전광판에 100마일(160.9㎞)을 찍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