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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3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팀 역대 1호와 2호가 만났다.
고졸 1년차 신인 투수가 첫 선발 등판에서 선발승을 거둔 것은 SSG 구단 역사상 역대 2번째(전신 SK 와이번스 포함)다. 첫번째 기록은 이승호 현 1군 불펜코치가 가지고 있다. 이승호 코치는 신인 시절이던 2000년 5월 3일 인천 LG 트윈스전에서 데뷔 첫 선발 등판을 해 7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었다. 그리고 그해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당시 SK는 창단 첫 해에 승률 0.338로 매직리그 꼴찌를 했지만, 이승호만큼은 당당한 신인상을 탔다. 쌍방울 레이더스의 마지막 1차지명을 받았고, SK 시대가 열리면서 SK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물론, 이승호 코치는 첫 선발승이 프로 데뷔 첫승은 아니었다. 먼저 두번의 구원승이 있었다. 순수한 데뷔 첫승 겸 첫 선발승은 송영진이 유일하다.
이승호 코치는 "저도 너무 오래된 일이라 그런 기록이 있는지 잘 몰랐다"면서도 "영진이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와서, 첫 선발이라 긴장도 많이 됐을텐데 신인답지 않게 잘 던졌다. 워낙 자신감이 좋은 친구라 경기를 보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영진은 "제가 몇십년만의 기록을 세운 주인공이라 너무 기분이 좋다. 이승호 코치님 뿐만 아니라 조웅천 코치님과 다른 코치님들이 잘 지도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이제 시즌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갈 길이 멀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집중해서 준비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잡았다.
이승호 코치는 2000년에 고졸 신인으로 시작해 2015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부상과 재활 등 여러 역경이 있었지만, 그는 오랜 시간을 필승조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그는 이제 프로 생활을 처음 시작한 송영진에게 "영진이가 지금 갖춘 실력이나 컨디션 등 모든 게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 같다. 경기에 나가서 한 타자, 한 타자 승부에 집중하면 된다. 저도 어릴 때 그랬지만 거침 없이 하면 좋은 성적이 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사실 내 신인 때는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난다"며 웃었다.
23년만에 이승호의 뒤를 이은 송영진이 과연 신인왕 계보까지 이을 수 있을까. 입단 동기인 이로운 등 경쟁자들이 치열하다. 험난한 생존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일단 첫 단추를 잘 뀄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