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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것이 재계약 감독의 여유와 뚝심인가.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경기 9회초. SSG는 6-4로 앞서다 8회초 6-6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8회말 키움 마무리 김재웅을 무너뜨리며 9-6으로 점수를 벌렸다.
하지만 SSG에는 마무리가 없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서진용을 절대 등판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시즌 1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으로 최강 마무리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서진용. 20일 KT 위즈전부터 22일 키움전까지 3연투를 했다. 김 감독은 서진용의 페이스가 아무리 좋더라도, 시즌 초반 4연투는 무리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선수 보호가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선수 개인 기록과 상승세도 중요하지만 시즌을 길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노경은을 믿었다. 마지막 이형종을 상대로 다른 투수를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경은을 믿었고 노경은은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4연승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서진용을 쉬게 해줬다. 노경은에게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줬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우승할 때 만큼이나 기분 좋은 경기였을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 후 3년 총액 22억원이라는 최고의 조건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감독은 많은 연봉을 받지만 엄밀히 말하면 비정규직 회사원이다. 때문에 최대한 오래 회사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재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경질 위기에 빠진 감독들은 자기도 모르게 승리에만 집착해 무리한 승부수를 던질 때가 많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번 시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재계약 첫 시즌이 가장 행복할 때다. 투수 운용만 봐도 그렇다. 최민준을 새로운 필승조로 키우고 있고 이로운, 백승건 등 어린 투수들을 중요한 순간에 투입하며 기회를 주고 있다. 송영진도 뛰어난 선배들 틈에서 선발 수업을 받는 중이다. 2년 후 다시 재계약으로 고민해야 할 때, 자신을 도울 자원들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 성적까지 어느정도 낸다면 SSG에서 김 감독의 감독 인생은 탄탄하게 풀릴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