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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야구 팬 사이엔 '만루 변태'라는 은어가 있다. 투수가 주자 만루를 만들어놓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을 때마다 붙는 말. 위기의 순간을 막아내는 투수에겐 짜릿함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지켜보는 팬 입장에선 가슴을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의리는 "만루 상황에선 많이 간절해지고 집중력도 많이 올라가는 것 같다. 그래서 선배들이 '평상시에도 무사 만루라는 생각으로 던지라'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한 이의리는 두 번이나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1회초를 삼자 범퇴로 산뜻하게 출발했으나, 2회초 안타-볼넷으로 주자를 쌓았다. 탈삼진으로 위기를 넘기는 듯 했으나 또 볼넷이 나오면서 맞이한 만루 위기. 이의리는 도태훈과의 승부에서 몸쪽에서 휘어 들어가는 변화구를 구사했으나 심판은 '몸에 맞았다'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실점으로 연결됐다. KIA 김종국 감독이 팔꿈치를 들이대는 제스쳐를 취하며 어필했으나, 상황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의리는 박세혁을 유격수 병살타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무리 했다.
NC전 결과는 4이닝 1실점. KIA와 이의리 모두 결코 웃을 수 없는 결과물이다. 언제쯤 이의리는 '만루 변태'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뗄까.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