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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3일 잠실 삼성전 2회초.
하지만 두산 이승엽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1루측 두산 불펜에는 단 한명의 투수도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이 감독은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다음날인 24일 잠실 삼성전에 앞서 첫 질문을 던졌다.
이심전심이었다. 장원준은 사령탑의 마음을 읽었다. 3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3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두산의 7대5 승리를 이끌었다.
1844일 만에 1승을 추가하며 KBO 리그 역대 11명 밖에 없는 130승 고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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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단짝' 포수 양의지도 2회 고비를 이겨내고 대기록을 달성한 장원준 선배에게 찬사를 보냈다.
"중간에 좀 흔들리는 게 있었는데 감독님이 또 믿고 안에서 볼 괜찮냐고 하길래 괜찮다고 했어요. 중간에 안 내리고 계속 던지게 해주신 덕에 원준이 형도 편하게 던졌을 것 같아요. 만약 금방 바뀌었으면 원준 형도 다음 경기 때 충격의 여파가 좀 있었을 거고요."
이승엽 감독은 오늘의 장원준을 있게 한 장본인. 지난해 가을 부임 후 면담을 통해 장원준의 현역 연장의지를 듣고 이를 존중해 구단에 건의했다. 130승에 대한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쳤다.
"장원준 정도 되는 선수는 본인이, 구단이 결정하는 겁니다. 129승 선수를 그만 두라고 종용하는 건 예의에 맞지 않습니다. 그만둘 시기는 본인이 알겠지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마흔이 넘어서도 자기관리를 통해 경험과 요령으로 세월을 이겨내는 선수가 있으니까요."
멀리갈 필요가 없다. 건너편 덕아웃에 있는 옛 동료 오승환이 있다. 1982년 생 마흔 한살이다. 그는 여전히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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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