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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왜 염경엽 감독은 임찬규를 '국내 1선발'이라고 콕 집어 칭찬했을까.
여기에 갈고 닦은 변화구는 더 정교해졌다. 특히 이번 시즌 체인지업의 위력이 좋다. 직구 구위가 살고, 체인지업이 잘 떨어지자 타자들이 임찬규를 공략하는 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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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가' 염 감독의 여러 의도가 담긴 코멘트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시작에는 기회를 주지 못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씩씩하게 제 역할을 하는 임찬규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임찬규는 FA 자격을 얻었지만 신청할 수 없었다. '재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염 감독 부임 후 5선발 경쟁 후보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런 가운데 붙박이 선발 중 한 명이던 이민호의 부상으로 기회가 생겼다. 불펜으로 던지다,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에도 최선을 다하는 임찬규의 모습이 대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임찬규가 없었다면 큰일 날 뻔 했다. 이민호의 부상과 김윤식의 WBC 후유증, 그리고 강효종의 부진 등으로 토종 선발진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임찬규가 4승을 해줬다. 임찬규가 없었다면 초반 LG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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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선발 자원들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LG는 양현종(KIA) 김광현(SSG) 처럼 확실한 토종 에이스가 없다. 김윤식이 지난 시즌 후반기 엄청난 활약을 펼쳤지만,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이번 시즌 초반 좋지 않다. 이민호도 팔꿈치 부상 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염 감독은 토종 에이스가 확실하게 3선발 자리를 지켜줘야 팀이 강해진다고 믿는다. 그런 가운데 최근 몇 년간 부진했고, 선발 경쟁에서 밀렸던 선배가 토종 에이스 대접을 받는다면 어린 후배들도 승부욕이 끓어오를 수밖에 없다. 선-후배간 선의의 경쟁이 벌어진다면, LG 선발진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