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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스윙 궤적이 '미국 스타일'이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의기소침했다. 드랩 동기 조세진 한태양과 함께 상무에 지원했는데 혼자 탈락했다. 1군에서 의지하던 동기들이 빠지면서 막막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다. 올해 잘하면 된다'는 박흥식 수석코치의 격려에 힘을 냈다. 하루하루 커지는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다. 윤동희는 "지금까지 받은 선물, 편지 다 차곡차곡 모아놨습니다. 우울할 때 팬들이 주신 편지를 읽으면서 위로받아요"고 했다.
그런데 올해 이미 100타석을 넘겼다. 3할 타율, OPS(출루율+장타율) 0.7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전, 13일 한화전까지 2경기 연속 홈런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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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폼에도 변화를 줬다. 상황에 맞게 레그킥을 조절한다. 그만큼 성장했다. 스스로의 기량에도 확신이 생겼다.
"홈런 치는 '손맛'은 진짜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자신감이라고 할까? '난 잘할 수 있다'고 매순간 생각합니다. 한 계단씩 차례차례 올라가고 싶습니다."
특히 지난 13일 한화 문동주를 상대로 터뜨린 홈런은 'KBO 홈런-타점왕' 출신 래리 서튼 롯데 감독마저 감탄케 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이었다. 윤동희의 몸쪽 높은 코스로 바짝 붙는 150㎞짜리 직구.
윤동희는 살짝 몸을 빼고 팔을 접으면서 당겨쳤다. 일반적으로 치기도 어렵고, 치더라도 파울이 나오기 마련인 코스의 공이다. 하지만 윤동희의 타구는 폴대 안쪽에 떨어지는 홈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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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희의 스윙 궤적은 마치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성장해온 선수를 보는 것 같다. 보통의 한국 선수들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공을 배트 중심에 맞추는데 집중하는데, 윤동희의 스윙은 손이 더 안쪽에서 나온다. 그래서 몸쪽 공을 잘 칠수 있다. 또 몸쪽 공을 쳤을 때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휘지 않고 일직선으로 뻗어나간다."
성적이 받쳐준다면 올해 신인상을 노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서튼 감독은 "재능 있는 선수다. (신인상은)윤동희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