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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모두가 못 봤다.
우익수 나성범이 타구를 잃었다. 제 자리에 우뚝 섰다. 공은 나성범 한참 뒤 펜스 상단에 맞고 튀어올랐다.
타자 류지혁도 자신의 타구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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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IA 김종국 감독도 마찬가지. "정타로 강하게 맞은 건 알았는데 타구가 날아가는 건 못 봤다. 하늘 색이 안 보이는 시간이었다"며 "홈런 여부에 대한 판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심판진도 타구를 놓쳤다. 최초 판정이 홈런으로 나왔던 이유다.
비디오 판독에서도 수정되지 않았다. 중계팀 카메라도 최초에 공을 잡지 못했다. 멈춰선 나성범에 포커스를 맞췄다. KBO 판독용 카메라가 없는 제2구장.
최초 중계 화면이 판독실의 판단 근거가 됐다. 관중이 공을 쳐내는 장면을 위주로 판독을 했다. 홈런이 방해를 받았느냐 여부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최초에 어디에 맞고 튀긴 건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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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하루 뒤인 2일 오후 사과문을 내고 오심을 인정했다.
'타구가 펜스 상단에 맞고 튀어 오른 이전 상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판독이 이루어져 오독이 발생했다'며 '이에 KBO는 비디오 판독센터에서 해당 경기를 담당했던 메인 심판에 대해 오늘부터 10경기, 보조심판과 판독센터장에게는 5경기 출장 정지 조치했으며, 구장에서 부정확한 판정과 경기 운영에 미숙함을 보인 해당 경기 심판 팀에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해질 무렵 어둠이 겹치면서 멀리서 다가오는 개가 내 개인지, 나를 공격하는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불리는 바로 그 시간이다. 공교롭게 애매한 타구가 만들어지며 모두의 착시를 불렀다.
두고두고 아쉬운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