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을 향한 스태프의 신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됐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나왔다.
기쿠치는 이어 오스틴 헤이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교체됐다. 하지만 이어 등판한 이미 가르시아가 조던 웨스트버그에게 좌측 2루타를 얻어맞고 3-3 동점을 허용해 기쿠치의 실점은 3개로 늘었다.
투구수가 82개였던 기쿠치를 좀더 끌고 갈 수도 있었지만, 존 슈나이더 감독은 과감하게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왜냐하면 기쿠치는 후반기 들어 토론토 선발투수들 중 가장 안정감 넘치는 피칭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
이에 대해 캐나다 매체 토론토스타는 '기쿠치가 블루제이스 역사상 선발투수로서 가장 성공적인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감독의 완벽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은 것 같다'고 논평했다. 위기 상황에서 감독이 그를 믿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쿠치는 7월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부터 지난 16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까지 6경기 연속 1자책점 이하로 던졌다. 이는 앞서 토론토 역사상 두 명의 투수, 즉 1988~1989년 데이브 스팁과 2020년 류현진이 세운 기록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이적 첫 시즌인 2020년 8월 6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부터 9월 3일 마이애미 말린스전까지 6경기 연속 1자책점 이하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기쿠치가 5회를 무사히 넘기고 추가 실점없이 임무를 마쳤다면 연속 경기 1자책점 이하 투구 부문서 구단 최장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신뢰와 관련해 언급할 수 있는 또다른 토론토 투수는 알렉 마노아다. 마노아는 지난해 16승, 평균자책점 2.24를 올리며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른 신예 에이스였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돼 신뢰가 무참히 깨졌다.
|
반면 작년 6월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지난 2일 복귀한 류현진에 대한 슈나이더 감독의 신뢰도는 굳건해 보인다. 류현진은 복귀전에서 볼티모어를 상대로 5이닝 9안타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지만, 이후 3경기에서 14이닝 동안 비자책으로 4점을 줬을 뿐 기가막힌 제구와 다채로운 볼배합을 앞세워 '빈티지 류(Vintage Ryu)'로 돌아왔다.
기쿠치와 마노아에 비해 류현진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아직 구속과 투구이닝서 정상궤도를 찾아가는 중인 류현진이 로테이션에서 빠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지금 당장 포스트시즌을 치른다면 토론토는 4인 로테이션을 케빈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 류현진으로 꾸려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