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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정이 넘치는 한국 사회의 문화. 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데탕트 문화. 외국인 선수들 조차 따라하는 독특한 KBO만의 문화로 자리매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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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선·후배 사이에 배트를 주고 받는 관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2군에서 막 올라온 후배에게 배트를 전하는 건 아름답다. 현실적 도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잘 치고 있는 타자가 슬럼프에 빠진 타 팀 동료에게 배트를 전하기도 한다. 통상 부진에 빠진 선수의 요청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간혹 상대팀 선후배에게 받은 그 배트로 결정타를 날리는 선수가 있다. 당연히 기분이 좋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런 경우, 해당 선·후배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분패를 한 팀, 특히 상대 팀에 결정타를 내주고 패한 팀은 속이 편치 않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행동이 바로 인터뷰에서 "OOO 형(혹은 동생)이 준 배트로 결정적인 안타를 쳤다"고 말하는 경우다. 눈치 없는 행동이다.
선의로 그 배트를 준 선·후배를 난감하게 만드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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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롯데 포수 유강남은 모처럼 맹타를 휘두르며 연승을 이끌었다.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홈런 1) 3타점 1득점으로 10대3 승리를 공수에 걸쳐 견인했다.
유강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 전에 (삼성) 구자욱과 잠깐 만났다. 자욱이한테 방망이를 하나 받았는데, 그걸로 오늘 잘 쳤다. 내가 기를 뺏은 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농담이었지만 자칫 구자욱으로선 난감했을 수 있다. 삼성 팬들로선 썩 유쾌하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LG 시절부터 유독 잘 치던 타자. 슬럼프 탈출을 도와준 선수가 구자욱이었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는 비단 유강남 뿐 아니다. 승리에, 맹활약에 취해 선의를 베푼 상대 팀 선수를 난감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이 넘치는 끈끈한 문화. 그 안의 주고 받음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승자의 배려가 필요하다. 패자를, 패자의 소속팀을, 패자의 소속팀의 팬들을 자극할 필요는 굳이 없다.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서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