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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맞은 투수'&'삼진 당한 타자. 그래도 웃었다…韓日 한마음으로 보낸 박수. 낭만으로 물든 '마산의 9회'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3-09-25 09:10 | 최종수정 2023-09-25 13:07


홈런 맞은 투수'&'삼진 당한 타자. 그래도 웃었다…韓日 한마음으로 보낸…
권정웅(왼쪽)-김건태. 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창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24일 창원 마산구장의 경기는 특별했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16일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상무와의 퓨처스 경기를 앞두고 김건태 연수코치, 권정웅 플레잉 코치의 은퇴 경기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고 이들의 은퇴 경기는 뒤로 밀렸다.

김건태는 진흥고를 졸업한 뒤 넥센 히어로즈 1라운드(전체 2순위)로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 시즌 종료 후 실시한 2차 드래프트로 NC로 이적했고, 통산 183경기에서 5승1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5.20을 기록했다. 지난해 16경기에 나온 그는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결정했다.

권정웅은 2015년 2차 6라운드(전체 55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지난해 방출됐던 그는 NC에서 새출발을 했고다. 올해 1군 콜업은 없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플레잉코치로 후배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1군 통산 성적은 75경기 타율 2할.

이들은 스스로를 "주목받은 선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퇴식은 '스타 플레이어'에게만 주어졌던 특권과 같았다. 그러나 NC 육성팀은 성적 뿐 아니라 인성적으로도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라면 충분히 박수치며 보낼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홈런 맞은 투수'&'삼진 당한 타자. 그래도 웃었다…韓日 한마음으로 보낸…
여동생과 아내의 공을 받는 김건태와 권정웅. 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경기 전 권정웅의 아내와 김건태의 여동생이 시구를 하는 행사도 있었다. 시포는 김건태와 권정웅. 가족이 던진 공을 처음으로 받아보는 낯선 감정에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김건태는 "남동생도 야구를 하다보니 그걸 보고 따라해서 그런지 잘 던지더라"고 웃었다. 권정웅 역시 "평소에도 공을 주고 받을 일 없는데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서 시구를 해서 공을 잡아보니 뭉클했다"고 했다.


이들의 은퇴 행사 때는 일본 구단도 함께 했다. 교류전을 치르고 있는 소프트뱅크 3군 측은 선수들의 '은퇴 경기'라는 이야기에 먼저 도열해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기념 촬영이 끝난 뒤 시작된 경기. 2-9로 지고 있던 9회초. 마운드에는 김건태가 올라왔다. 포수는 권정웅으로 바뀌었다. 이들의 마지막 경기.


홈런 맞은 투수'&'삼진 당한 타자. 그래도 웃었다…韓日 한마음으로 보낸…
손정욱 코치와 포옹하는 김건태. 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홈런 맞은 투수'&'삼진 당한 타자. 그래도 웃었다…韓日 한마음으로 보낸…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김건태.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홈런 맞은 투수'&'삼진 당한 타자. 그래도 웃었다…韓日 한마음으로 보낸…
파울 플라이를 잡은 뒤 홈플레이트로 온 권정웅. 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마운드에 오르면서 현역 시절 남다른 친분을 과시한 손정욱 투수코치와 포옹한 김건태는 힘찬 기합과 함께 공을 던졌다. 전성기 최고 140㎞ 후반의 공을 던졌던 파이어볼러였던 그였지만, 이제는 10km 정도가 뚝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집요하게 몸쪽 직구를 던지면서 소프트뱅크 타자를 괴롭혔다. 다만, 성적은 마음 같지 않았다. 안타 두 방을 맞은 뒤 3루수 땅볼로 첫 아운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마키하라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3실점까지 했다.

투수에게 쏠린 시선. 권정웅도 주인공이 됐다. 홈런 이후 후속 아웃카운트는 포수 파울 플라이로 올라갔다. 권정웅은 집중력을 보이면서 그대로 타구를 잡아냈다. 김건태는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닝 종료.

김건태는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게 직구를 많이 던지고 몸쪽 승부를 하는 것이었다. 1년을 쉰 나도 이렇게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홈런을 맞았지만 자신있게 던졌던 만큼 후회는 없다"고 웃었다.

이 순간 만큼은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둘. 이닝을 마친 뒤 서로를 안아주며 앞날을 응원했다. NC 선수단은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선수 김건태와 권정웅에게 마지막 더그아웃 귀환을 반겼다.


홈런 맞은 투수'&'삼진 당한 타자. 그래도 웃었다…韓日 한마음으로 보낸…
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권정웅은 타석에도 섰다. 9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왔다. 상대의 직구 승부. 커트까지 하면서 아직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지만, 결국 꽉 찬 몸쪽공에 삼진을 당했다. 권정웅은 "최근 5년 중에 최고의 몸쪽 공을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권정웅은 이어 "그라운드에 다시 나가니 선수로서의 두려움 같은 걸 새삼 느꼈고, 마음가짐도 새로웠다"라며 "파울플라이가 하나 나왔는데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내 손으로 올릴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홈런 맞은 투수'&'삼진 당한 타자. 그래도 웃었다…韓日 한마음으로 보낸…
NC 선수단으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김건태. 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홈런 맞은 투수'&'삼진 당한 타자. 그래도 웃었다…韓日 한마음으로 보낸…
NC 선수단으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권정웅. 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경기를 마친 뒤 NC 선수단은 이들을 헹가래 치며 새 출발을 응원했다.

김건태는 "야구를 그만뒀는데도 이렇게 큰 행사를 열어주셔서 감사드린다. 가족까지 오고 그러니 어릴 때 야구를 했던 기억이 다 지나가는 느낌이었다"라며 "연수코치인데 정식 코치가 된다면 앞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더 올라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권정웅은 "이적해서 오래 뛰지 못했는데도 이렇게 생각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선수로서는 항상 내가 가진 능력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길에서도 그 마음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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