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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끝나고 보니 SSG 랜더스의 유일한 기회는 3회였다.
SSG는 출발부터 꼬였다. 선발투수 김광현이 1회부터 3점을 주는 등 2회까지 4점을 실점했다. NC 선발 송명기는 제구가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겼다.
선발이 초반에 대량 실점을 저지르면 경기 흐름은 대개 2가지로 나뉜다. 그대로 일방적으로 밀리거나 곧바로 1~2점이라도 만회해 추격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난타전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기 마련이다.
SSG는 0-4로 뒤진 3회말 김성현이 몸에 맞는 공, 김민식이 볼넷 출루하며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리드오프 추신수로 이어지는 황금 찬스였다.
초반이었기 때문에 SSG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4점 차이지만 일단 좁혀놓고 따라가느냐, 원찬스에 일발 역전을 노리느냐 결정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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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기가 구위는 강력하지만 제구가 불안하다는 점, NC 불펜이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서 번트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1사 2, 3루를 만들어놓고 최주환, 최정으로 연결되는 타순이라면 송명기가 더욱 부담스럽다. 송명기가 주무기 포크볼을 마음껏 떨어뜨리기도 어렵다. 에레디아, 한유섬까지 이어져서 3점, 4점 홈런이 터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결과론이다. 타자들에게 맡겨서 적시타가 펑펑 터져 뒤집을 수도 있다. 실제로 벤치 개입 없이 한유섬이 4회 2점, 6회 1점 홈런을 쳐서 3-4까지 따라갔다. 7~9회에 이렇게 역전에 성공했다면 SSG 벤치가 옳은 판단을 한 것이다.
SSG는 한유섬의 홈런 2방 외에 그 어떤 점수도 뽑아내지 못했다. 5회와 7회, 8회, 9회에는 모두 선두타자가 살아나가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SSG 벤치가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던 순간은 3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벤치 역량이 드러난다. 단기전은 더더욱 그렇다. 선수가 잘해서 이기면 선수가 잘한 것이지만 선수들이 답을 찾지 못하는데 벤치도 아무것도 못해서 졌다면 그것은 벤치 잘못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