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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켄 그리피 주니어, 새미 소사, 배리 본즈, 브라이스 하퍼,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 추신수...'
USA투데이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감독으로 꼽히는 더스티 베이커가 어제 오후 짐 크레인 휴스턴 구단주와 개인 면담을 갖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통보했다'며 '퇴임 기자회견은 내일 미닛메이드파크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커 감독은 이날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나에게 이 자리를 맡기고 월드시리즈 우승 기회를 준 짐 크레인과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들은 나에게 훌륭했고, 나도 그들에게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짐이 모든 일에 대해 나에게 솔직하고 투명했다는 점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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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감독은 올해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고 해도 지휘봉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그 같은 결심은 올초 스프링트레이닝에서 구체화됐지만,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리고 브루스 보치 감독이 이와 관련해 베이커 감독에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베이커 감독은 2019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지휘봉을 내려놓을 당시 "올시즌 후 감독직에서 은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3년 뒤인 올해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에 부임해 자신의 말을 뒤집은 꼴이 됐다는 것이다. 은퇴 결정은 혼자 단호히 하되 누구와도 공유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베이커 감독은 "올해 이전 은퇴를 고민했다. 은퇴 결정을 말하지 않은 것은 브루스 보치와 그런 얘기를 나눴기 때문"이라면서 "그건 선수단을 흐트러뜨리는 일이다.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좋을 게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베이커 감독은 이번 아메리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 보치 감독과 7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였다. 그는 7차전 종료 후 휴스턴 다운타운 웨스틴호텔에서 친구 7명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이튿날 크레인 구단주와 다나 브라운 단장을 만나 자신의 결심을 전달한 것이다.
베이커 감독은 휴스턴이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구단이 엉망진창이 됐던 2020년 크레인 구단주의 부탁을 받고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당시 휴스턴 구단은 AJ 힌치 감독과 제프 루나우 단장을 경질했고, 곧바로 베이커 감독을 영입했다.
이와 관련해 ESPN은 '베이커는 크레인이 바라는 바를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홈구장 이외의 다른 구장에서 빗발치는 야유를 유발하는 선수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걸 차단하며 팀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휴스턴은 2020년 ALCS에 진출했으며 2021년에는 AL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2022년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차지했다. 베이커 감독에게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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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감독은 역대 12번째로 2000승 고지를 밟은 사령탑이다. 앞서 이룬 11명 중 10명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는데, 아직 헌액이 안 된 사령탑이 바로 보치 감독(2093승)이다. 현역 은퇴 후 3년까지 헌액 자격이 유지된다.
베이커 감독은 선수 시절인 1981년 LA 다저스에서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 반지를 낀 사람은 알렉스 코라, 조 지라디, 데이비 존슨, 루 피니엘라, 데이브 로버츠, 마이크 소시아에 이어 베이커가 7번째다.
그는 1993년 샌프란시스코 사령탑에 올라 메이저리그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시카고 컵스(2003~2006년), 신시내티 레즈(2008~2013년), 워싱턴 내셔널스(2016~2017년), 휴스턴(2020~2023년) 지휘봉을 각각 잡았다. 본즈, 소사, 추신수, 하퍼, 벌랜더, 슈어저가 베이커 감독과 사제의 연을 맺은 슈퍼스타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