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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올시즌 강백호만큼 세찬 비바람을 맞은 선수가 있을까.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고,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
강백호는 이날 주전 선수들로 구성된 '또리'팀의 5번-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다. 2회말 첫 타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1사후 타석에 나온 강백호는 '빅'팀의 선발 웨스 벤자민과 상대했다. 2B2S에서 5구째를 친 것이 파울. 그런데 강백호가 아픈 표정을 지었고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낀 것. 연습경기라 대타가 나오지 않고 바로 다음 타자인 조용호가 나왔다.
강백호는 곧바로 병원으로 가서 MRI 검진을 받았고 우측 내복사근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연습경기 후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옆구리쪽 근육이 찢어져서 플레이오프에 못나가게 됐다"고 했다. 강백호가 빠지게 되면서 엔트리를 새로 짜야해 심각한 표정으로 코치들과 함께 감독실로 들어갔다. KT로선 정확성과 파워를 갖춘 중심타자 1명이 빠지게 돼 공격력에 큰 타격이 생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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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한 강백호는 지난해 5년차 최고 연봉인 5억5000만원을 찍으며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시련을 맞았다. 두차례 부상에다 그 여파로 인해 부진에 빠지면서 '천재 타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62경기서 타율 2할4푼5리 6홈런 29타점에 그친 강백호는 올해 연봉협상에서 충격적인 액수에 사인을 했다. 무려 2억6000만원, 47.3%나 깎였다. 2억9000만원에 사인을 한 강백호는 예전의 강백호를 보여주기 위해 겨우내 체중 감량을 하는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의 결실이 3월에 열린 WBC에서 나오는가 했지만 실수 하나로 물거품됐다.
첫 경기인 호주전서 멋지게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2루에서 발이 떨어졌고 이때 태그 아웃이 된 것. 찬스가 무산됐고, 끝내 한국이 호주에 패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선 탈락으로 돌아왔다. 강백호 탓에 패한 것은 아니지만 그 찬스가 날아간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돌아온 강백호는 4월엔 타율2할8푼 4홈런 13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5월엔 2할4푼7리 1홈런 10타점으로 떨어졌다. 5월 18일 잠실 LG전서 우익수로 출전했다가 느슨한 중계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실점을 한 것에 팬들에 질타를 받으며 강백호는 심리적인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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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는 이후 1군에서 빠져 휴식을 취했고 7월에 돌아왔지만 8경기에 나간 뒤 7월 27일 다시 2군에 내려가 휴식을 해야 했다.
그래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초반 부진으로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고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그래도 복병 중국전서 홈런을 치며 한국의 금메달 행진을 함께 했다.
올해 숱한 고난 속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강백호에겐 유일한 행복이라 할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온 뒤 시즌 최종전에만 출전한 강백호는 이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플레이오프를 준비했다. 올시즌 성적도 그리 좋지 못했다. 71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8홈런, 39타점. 2021년의 타율 3할4푼7리, 16홈런 102타점과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다.
그래도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올시즌 부진을 말끔히 만회할 수 있는 상황.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청백전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청백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게 바로 부상이다. 사실 청백전을 하는 이유는 타자보다는 투수를 위한 경우가 많다. 선발 투수들이 투구수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자의 경우 빠른 공에 타이밍만 맞춘다는 생각으로만 나서도 되는 정도다.
모든 것에 100%를 하는 강백호다 보니 생긴 일. 그에게도 너무 뼈아픈 부상이지만 KT에게도 너무 큰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
명예회복을 노렸던 강백호의 2023년. 너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아시안게임 금메달 외엔 남은 것이 없게 됐다. 힘들었던 올시즌을 부상으로 끝내게 된 강백호가 내년엔 밝게 웃으며 '천재 타자'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