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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29년을 기다린 팬들이다. 그런데 너무 쉽게 포기했다.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9회초 2-2 동점 상황에서 LG 마무리 고우석이 등판했다.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고우석이 2사 후 배정대에게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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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팬들이 먼저 포기했다. 9회말 세 명의 타자들도 맥없이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경기는 그대로 2대3 패배로 끝났다. LG 팬들이 썰물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잠실구장의 주인은 KT 팬이 됐다. 수원 홈구장에서 경기 후 벌어지는 열광적인 뒤풀이가 잠실구장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8일 열린 2차전. LG 선발투수 최원태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며 1회 첫 타자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더니 순식간에 무사 만루를 허용했다. 이어 박병호의 3루수 땅볼 때 김상수의 득점을 저지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장성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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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팬이거나, 제삼자라면 '이날 경기 끝났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LG는 포기하지 않았다. 1회 1사부터 불펜을 가동하는 처절한 총력전이 시작됐다.
이정용(1⅔이닝)-정우영(1⅓이닝)-김진성(⅔이닝)-백승현(⅔이닝)-유영찬(2⅓이닝)-함덕주(1이닝), 그리고 마무리 고우석까지… 불펜 투수 7명이 KT 타선을 필사적으로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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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말 오스틴의 적시타로 1점. 6회말 캡틴 오지환의 솔로포로 4-2. 7회 김현수의 적시타로 4-3. 턱밑까지 LG가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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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솔로포를 친 오지환이 2스트라이크 후 박영현의 공을 침착하게 골라내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문보경이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후 박동원이 타석에 섰다. 초구부터 망설임 없이 돌아간 박동원의 풀스윙에 123km 체인지업이 그대로 걸려들었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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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목이 쉬어라 끝까지 응원한 LG 팬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자랑스러운 추억을 얻었다.
벼랑 끝에 몰릴 뻔했던 LG가 1승1패로 시리즈 전적 동률을 이뤘다. 2차전 역전승 지분은 절반은 팬들의 응원이다.
팬들의 응원은 선수들이 못하거나 지고 있을 때 더 빛난다. 팬이 포기하지 않아야 선수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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